모두 12명 기소…검찰 "근로자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 앞세운 경영 방식"
"다수 사고 징후에도 위험 방치하고…안전관리체계 안 갖춰"
"전지제조 작업장 위험성 모른 채 투입된 근로자 생명 앗아가"
2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화재 책임자들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아리셀 화재 전담수사팀(팀장 안병수 2차장검사)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그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을 각각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그 외에 사고에 책임이 있는 회사 상무 등 관계자 6명과 4개 법인은 불구속 기소됐다.
박 대표는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점거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그의 아들 박 본부장은 발열 감지 모니터링 등 전지 보관·관리, 비상구 설치 등 화재 대비 안전관리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전지 연쇄폭발에 따른 화재가 발생하면서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당했다.
검찰은 아리셀이 모 회사 출자 등으로 자금지원을 받고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이 노동력만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한으로 편성하고 담당부서 인력을 감축했으며, 안전보건관리자가 퇴사한 뒤에도 약 4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또 국방부 납품용 전지의 불량을 숨기기 위해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 검사에 제출한 수검용 전지를 자신들이 별도 제작한 시료로 바꿔치기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되자 납품 지연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미숙련공을 대거 동원해 생산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들은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고위험 전지 생산공정에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안전교육도 없이 즉시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전지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다수의 전지들을 소분하지 않은 채 적재해 연쇄폭발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현장 발화 원인 전지 외에도 다수의 발열 전지가 적재돼 일부 전지 폭발이 다른 전지로 순식간에 옮겨붙는 연쇄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최초의 폭발은 전지 단락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다만 최초 폭발한 전지는 불에 타버려 단락이 발생한 원인은 특정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근로자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운 경영방식, 다수의 사고 징후에도 위험을 방치하고 안전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은 극도의 안전불감증, 불법파견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와 인명경시 행태, 기술력 부족을 감추기 위한 품질검사 결과 조작 등이 중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지제조 작업장의 위험성도 모른 채 투입된 근로자 23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최악의 참사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