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한양대 교수, 지배주주 의견 제한 강조
공시 강화·합병검사인제 도입 제안 등도 나와
野, 재벌 개혁 관련 법안 당론 추진…입법 노력
두산그룹의 사업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익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 중복 상장으로 인한 주주 간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 소수주주 과반결의제(MoM)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불공정한 인수합병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 “인수합병(M&A)은 지배주주가 주주총회라는 무조건 이기는 투표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라며 “이를 막기 위해 지배주주의 의견을 일정 정도 제한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제안하는 방식은 감사위원을 뽑을 때 3%로 제한하는 것을 약간 중용하자라는 식”이라며 “다양한 방법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수주주 과반결의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안건에서 지배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해당 의사 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두산 지배구조 개선 과정 등에서 제기된 불공정 M&A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 주관으로 개최됐다.
최근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 계획을 발표했으나 당국의 반발에 철회했다.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신고서에 수차례 정정을 요구했고 두산 측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철회했다.
이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산 합병비율 등이 문제로 제기된 데 따른 결과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책정된 바 있다.
이창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주회사제도 도입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고 있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단순히 상법을 바꾼다고 이뤄지지 않으며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역시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모(母)회사만 상장하고 모회사가 비상장 자회사를 100% 소유하는 구조였으면 두산그룹 지배구조 등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발표자로 나선 윤태준 액트(소액주주플랫폼) 연구소장은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선 논란이 공시 강화의 중요성을 부각 시킨 계기가 됐다며 소액주주 보호 수단으로 공시 강화를 제안했다.
윤태준 소장은 “두산에너빌리티 분할·합병 보고서 본문을 보면 회사의 재무 및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나와 있는데 여기에 금번 분할·합병을 통해 두산로보틱스 주식회사는 그룹 내 우량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돼있다”며 “역으로 두산밥캣을 가지고 있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우량 계열사 지분을 뺏기는 것인데 여기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 연결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의 80% 이상이 두산밥캣에서 나오고 50% 이상의 매출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나온다”며 “엄청나게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발생할 것인데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윤 소장은 합병 비율에 대해 제 3자가 검사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독일식 ‘합병 검사인’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냈다.
그는 “자본시장연구원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는 합병 검사인 제도를 제안한다”며 “법원이 선임한 합병 검사인이 합병 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제도인데 80쪽에서 100쪽 이상인 자료를 공개하고 주주총회 장소에다가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두산과 SK 관계자들을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했으며 재벌개혁 관련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김현정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 토론 이후에 재벌개혁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는 표명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입법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