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54)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의 번역가도 주목을 받고 있다.
번역가는 영국인 데버라 스미스(37).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번역가로 진로를 정하면서 한국 문학에 관심을 두게 됐다.
스미스는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해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넓혔다.
이렇게 한국어를 배운 지 3년 만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만났고, 번역은 물론 출간 의뢰, 홍보까지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채식주의자'의 첫 20페이지를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 그란타 포르토벨로에 보냈다. 그 결과 영문판이 출간, 이후 평론가와 독자 등에 이메일에 보내 책을 홍보하기도 했다.
2007년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약 10년 뒤인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 수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스미스는 한강의 수상에 큰 공로를 세웠으며, 이를 인정받아 번역가로서 함께 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주목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독학으로 한글을 배워 성공적인 번역을 해냈다는 것이다.
번역 초기에는 낱말 하나하나 사전을 뒤져가며 번역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이 때문인지 '채식주의자' 번역은 원작의 섬세한 문체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 외에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흰',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서울의 낮은 언덕들',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 등을 번역하며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스미스는 2016년 6월 한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항상 원작의 정신에 충실히 하려고 하며 가능한 한 훼손을 하지 않는 범위에서 언어 형태에도 충실히 하려고 한다"며 "부실한 번역은 우수한 작품을 훼손할 수 있지만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번역이라도 보잘 것 없는 작품을 명작으로 포장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