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통화정책 전환 시동 걸었지만
예상보다 뜨거웠던 고용 지표 변수
내달 추가 하락은 건너뛸 가능성도
전 美 재무장관 "빅컷은 실수" 지적
한국은행에 앞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가 지난 달 기준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었지만, 곧바로 이어질 듯했던 추가 인하에는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상회했고, 고용 역시 예상보다 호조를 이어가면서 다음 달 연준은 금리 인하를 건너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내린 빅컷 단행이 실수였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14일 미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9월 진행된 FOMC에서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 외에도 다수의 연준 간부가 0.5%p 금리 인하에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간부들 역시 0.25%p의 금리 인하를 선호한 것이다.
이같은 미 연준 간부들의 의사는 각종 경기 지표로 확인됐다. 실제 미국 9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미국의 고용 수준이 예상보다 뜨거운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5만4000개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15만개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12개월 월평균 20만3000개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실업률도 4.2%에서 4.1%로 떨어졌고 실업자수 역시 28만1000명 감소했다. 시간 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4% 증가한 35.36달러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게다가 지난 10일 발표된 지난달 CPI도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CPI는 전년 대비 2.4%,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당초 시장은 각각 2.3%, 0.1% 상승을 예상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지난 9월 연준의 빅컷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경제 석학으로 꼽히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0.5%p 인하는 실수였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고용보고서는 우리가 높은 중립금리 환경에 있다는 의구심을 확인시켜 줬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고 보니 9월의 0.5%p 인하는 실수였지만 아직 큰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기에 이제 연준은 '경착륙'과 '노랜딩'이라는 위험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11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건너뛰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일이 좀 더 진행되도록 내버려둘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한은의 행보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은도 이번 달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지만, 향후 추가 조정을 선택하기에는 이같은 미국으로부터의 기류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존 3.50%였던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다. 이로써 한은은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이어진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38개월에 만에 끝냈다. 금리 인하 이력 자체로만 보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이나,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위험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 인하 속도를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