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침체 여파…신규 경매신청 대폭 늘어
물건 늘고 수요 회복 더뎌, 한은 ‘베이비스텝’ 영향 미미
대출규제 강화 부담↑…경매시장 위축 계속될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지만 경매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한풀 꺾인 데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태여서 금리 인하만으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긴 한계가 있을 거란 진단이다.
15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1만249건으로 1년 전 8833건 대비 14.9% 늘었다. 8월 기준으로 보면 2006년(1만820건) 18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올 1~8월 누적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8만2287건으로 1년 전 5만5859건 대비 47.3% 증가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신규 경매 신청 물량이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월 500~600건 정도였던 서울의 빌라 경매 진행 물건 수는 올 들어 월 1200~1500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통상 경매 신청 후 입찰이 실제 진행되기까지 6개월~1년가량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렇게 늘어난 물건은 내년까지 입찰장에 대거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통화 긴축을 종료하고 기준금리 베이비스텝(0.25%p 인하)을 결정했지만, 위축된 경매시장 분위기가 누그러지긴 힘들 전망이다.
9월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경매로 넘어온 물건을 받쳐줄 만큼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가격·입지 등에 따라 일부 응찰자가 대거 몰리는 물건이 있지만, 여전히 유찰을 거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933건으로 8월 대비 7.4% 줄었다. 낙찰률은 한 달 전보다 6.1%p 떨어진 36.7%다. 낙찰가율은 같은 기준 0.1%p 소폭 상승한 86.3%를 기록했고 응찰자수는 6.6명으로 조사됐다.
서울은 같은 기준 낙찰률이 45.6%로 한 달 전보다 1.7%p 떨어졌고, 낙찰가율은 94.3%로 8월 대비 1.2%p 하락하며 4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응찰자수는 6.6명으로 한 달 전 대비 0.4명 줄었다. 올 들어 가장 적은 응찰자수다.
전문가들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에 선반영된 이후여서 경매시장 분위기는 대출 규제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거란 견해다. 한동안 계속되던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매매거래량도 줄어들면서 아파트 중심으로 이어지던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도 한풀 꺾일 거란 진단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들어서는 한 번 정도 유찰되면 물건이 다 소진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8월에는 1회차에서 감정가 이상으로 낙찰되는 물건이 상당히 많았다”며 “다만 9월부터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앞으로 시중은행 금리가 얼마나 내려갈지 지켜봐야겠지만,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당연히 매수심리가 살아나겠지만, 지금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전만큼 좋아지긴 힘든 상황”이라며 “초고가나 아주 저가의 물건은 오히려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어중간한 금액대 물건은 대출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전체적인 경매 건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아파트 대출 규제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당분간 시장 분위기는 지금처럼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