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악재 속 부산 금정서 압도적 표차 승리
韓에 기회 준 민심…"정부·여당 쇄신 이끌 것"
"친윤계, 韓에 보조 맞추겠단 메시지 내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최초 시험대로 불리던 10·16 재보궐선거를 무사통과했다. 특히 부산 금정구의 경우 김건희 여사 문제 등 대통령실발 악재 속에서 잠시 흔들리기도 했으나 끝내 압도적 표차로 텃밭을 사수하면서 한동훈 체제가 안정 궤도에 올라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치러진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61.03%(5만4650표)를 득표해 부산 금정구청장으로 당선됐다. 조국혁신당과의 야권 단일화에 성공했던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8.96%(3만4887표)를 획득했다. 두 후보 간 표 격차는 22.07%p(1만9763표)다.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인 박용철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박 후보는 50.97%의 득표율로 한연희 민주당 후보(42.12%), 안상수 무소속 후보(6.25%)를 상대로 승리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전통적 텃밭에서 압도적 승리를 가두었다.
이번 선거는 한 대표에게 있어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선거였다. 가뜩이나 한 대표의 첫 시험대로 불린 선거에서 '명태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김건희 여사 악재가 날로 커지면서 '텃밭' 부산 금정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한 대표는 여섯 차례의 부산 방문에서 김 여사 사과, 김 여사 라인 정리 등을 직접 언급하며 강도 높은 발언으로 민심 사수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 친윤계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십자포화를 날렸다. 친윤계 중진의원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총선백서조차 못 내놓고 있으면서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이냐"라고 비난했고, 또다른 중진의원도 "민주당의 악의적 정치 프레임 안에서 용산 압박, '기승전 김 여사' 언급을 하며 야권의 선거전략을 결과적으로 돕고 있다. 반성할 것, 고칠 것은 처절하게 하되 우리끼리 저들의 프레임에 갇혀 자해는 하지 말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승리, 그것도 압승으로 마무리 되면서 친윤계의 공세는 힘을 잃고 한동훈 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발 악재 속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것은 '대통령실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내라'며 한 대표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결과가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한동훈 대표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본다"며 "한 대표의 목소리가 더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도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SNS에 "국민들께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긴다.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국민의 뜻대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 나와 당이 먼저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번 보궐선거에 투표를 한다는 것은 정치 고관여층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분들이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은 여당을 지금 당장 심판해 힘을 빼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라며 "그것을 위해 한 대표를 마지노선 혹은 대체제로서 살려놔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승리로 한 대표는 확실하게 여당의 사령탑 지위를 갖추게 됐다"며 "대통령실도 이런 민심과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평론가는 향후 친윤계의 행보에 대해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메신저가 힘이 사라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한동훈과 친한계를 완전히 제압하겠다'고 나가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친윤계가 이제는 오히려 수직적 당정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당정관계로 변화했으니, 우리가 보조를 맞추겠다는 방향의 대승적 메시지를 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