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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과 풍자는 한끗차이…‘SNL’의 줄타기 또 실패로 그칠까 [D:이슈]


입력 2024.10.22 09:30 수정 2024.10.22 09:3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뉴진스 하니·한강 작가 조롱 논란...국민신문고 고발 이어져

“하니가 베트남계 호주인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서툰 한국어를 과장하여 묘사하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로 판단된다.”


최근 하니가 속한 그룹 뉴진스 팬덤은 이 같은 이유로 국민신문고를 통해 쿠팡플레이 ‘SNL코리아’를 고발했다. 지난 19일 공개된 ‘SNL코리아’ 김의성 편에서 지예은은 하니가 일본 팬미팅에서 ‘푸른 산호초’를 불렀을 당시 입은 의상을 따라 입고, 하니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흉내낸 것이 문제가 됐다.


ⓒ쿠팡플레이

같은 날 또 다른 코너인 ‘위크엔드 업데이트’에서는 김아영이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인터뷰 장면을 연기했다. 김아영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묻자 “수상을 알리는 연락을 받고는 처음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서는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 장면에서 한 작가가 과거 공개석상에서 보인 다소 움츠린 자세와 나긋한 말투를 다소 과장해 표현했다. 답하는 내내 실눈을 뜨고 있기도 했다. 일각에선 외모와 목소리를 조롱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는 글이 잇따랐다.


물론 조롱과 풍자는 한끗 차이다. 앞서 ‘SNL코리아’에서 선보였던 인기 코너인 ‘주기자’ ‘MZ오피스’ 등에서 사회초년생, 그것도 여성 사회초년생을 패러디하면서 ‘공감’을 사는 동시에 비판을 받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번 하니와 한강 작가를 패러디에 있어선 아슬아슬했던 줄타기에 실패한 모양새다.


일단 풍자할 대상부터가 잘못됐다. 하니는 베트남계 호주인이다. 당연히 한국말이 서툴 수밖에 없다. 만약 ‘SNL코리아’가 하니의 서툰 언어 실력으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면, 국감에 통역사를 세우지 않은 이들의 잘못을 지적했어야 했다. 또 ‘SNL코리아’에서 하니가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무지한 존재처럼 표현된 것도 문제다. 아직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하니는 ‘직장 내 따돌림’을 주장하고 있고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님에도 ‘SNL코리아’는 이 상황을 큰 고민 없이 재현했다.


얼마 전 ‘SNL코리아’ 주현영의 하차를 두고 한 가지 의혹이 불거졌다. 이미 프로그램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주현영이 갑자기 하차를 발표하면서 아쉬움을 샀는데, 이를 두고 김건희 여사 패러디 때문이라는 의혹이 뒤늦게 퍼진 것이다. 물론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의 근거도 빈약하고, 쿠팡플레이 역시 “외압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SNL코리아’는 tvN에서 방영되던 2012년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를 운영하면서 캐릭터 ‘또’가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를 상징하는 빨간 옷을 입고 욕설을 마구 날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해당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 김슬기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정치 풍자는 자취를 감췄다.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이미경 CJ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지시를 받은 조원동 경제수석비서관은 유죄가 확정됐다.


물론 주현영의 하차를 둔 의혹과 김슬기의 하차가 같은 사안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외압으로 인해 ‘SNL코리아’에서 정치 풍자가 사라지고, 엉뚱한 사회적 약자 등 잘못된 대상을 향한 풍자가 이어져선 안 된다. 특히 새 시즌에 돌입하면서 초반 정치 풍자가 되살아난 것에 대한 호평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원점으로 회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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