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본력' 보수적 지표로
주주 환원 가이드라인 제시
투자자 향한 확신의 '러브콜'
재무 건전성 어필 '일석이조'
KB금융그룹이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한 밸류업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주주 환원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자신감의 발로란 평이 나온다. CET1은 은행권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지표들 가운데서도 알짜 자본만 갖고 더욱 보수적으로 건전성을 평가하는 항목인데, 그럼에도 이를 밑돌 걱정은 할 필요가 없으니 믿고 투자하라는 얘기다.
이는 경쟁 금융그룹들보다 튼튼한 자본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공언한 셈으로, 투자자들을 향한 확신의 러브콜을 넘어 은연 중 우수한 재무 건전성까지 어필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KB금융은 CET1과 연계한 주주 환원 계획이 담긴 밸류업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 주식이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기업들은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한 계획이 담긴 밸류업 공시를 이어가고 있다.
관심을 끄는 건 KB금융이 주주 환원의 기점으로 제시한 CET1이다. KB금융은 당장 내년부터 CET1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말 CET1 13%가 넘는 잉여 자본은 내년 1차 주주 환원의 재원으로, 내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잉여 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CET1은 은행의 손실을 가장 먼저 보전할 수 있는 순수한 자본력을 보여준다. 금융사의 자본은 크게 보통주자본과 기타기본자본, 보완자본으로 구성되는데, CET1은 이들 중 순정 자본만을 활용해 산출한 수치다.
반면 은행권에서 자본력 측정 지표로 주로 쓰이는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모든 종류의 자본을 합해 도출한다. 이 때문에 BIS비율에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등 실상은 채권이지만 자본으로 인정받는 자본형 채권까지 포함된다.
결국 KB금융의 밸류업 플랜에는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13% 이상의 CET1을 지킬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KB금융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CET1은 13.85%로 전분기 대비 0.25%포인트 높아졌다.
더욱이 생각보다 길게 지속된 고금리 여파로 대출 연체가 확산하는 등 자산 리스크가 급격히 몸집을 불린 와중에도, 여유롭게 CET1을 관리하고 있는 점은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각종 자본력 지표를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위험 자산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음에도 CET1이 도리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건 그 이상으로 자본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KB금융의 CET1은 4대 금융그룹들 중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밸류업 방안까지 예상대로 순항한다면 우위를 지킬 수 있을 전망이다. 경쟁 금융그룹들의 CET1은 ▲하나금융 13.17% ▲신한금융 13.13% ▲우리금융 12.00% 순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밸류업 계획은 주주 환원의 분명한 기준점을 계량적 수치로 못 박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자신 있는 자본력 지표를 자연스럽게 시장에 각인시키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