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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석 달 만에 3조…PF 부실 속 '활로 찾기'


입력 2024.11.04 10:46 수정 2024.11.04 11: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전년比 65.7% 급증…리스크 적어 각광

고금리 이자 부담 늘며 민간·사잇돌↑

중금리대출 이미지. ⓒ연합뉴스

저축은행이 새로 공급한 중금리대출이 최근 석 달 동안에만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기업 대출 환경이 어려워지자,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개인 영업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올해 3분기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2조91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7% 늘어났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민간중금리대출과 정책 중금리대출인 사잇돌2대출이 1년 새 모두 증가했다.


3분기 민간중금리대출은 2조48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7% 증가했다. 민간중금리대출은 신용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를 위한 제도로 올해 하반기 금리 상한은 17.25%다. 전체 저축은행 79개사 중 해당 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지난해 3분기 30개사에서 올해 3분기 32개사로 늘었다. 최저 평균 대출금리는 연 14.2% 수준이었다.


3분기 사잇돌2대출은 429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취급액인 3024억원보다 41.9% 불어났다. 사잇돌대출은 SGI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중금리 상품이다. 저축은행이 사잇돌대출을 운영하다 부실이 발생하면 SGI서울보증이 손실이 난 금액을 100% 메꿔주기 때문에 리스크가 매우 낮다. 단 저축은행도 3~8%안팎의 보험료를 SGI서울에 지급해야 한다.


정책 대출인만큼 수익성은 낮지만, 금리 부담이 적고 접근성이 편해 일부 저축은행은 사잇돌대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사잇돌 등으로 구성된 보증대출 영업에 주력하며, PF 부실 충격 속에서도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처럼 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 공급을 늘리는 이유는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채권시장 경색에 따른 고금리 여파로 여신 규모가 쪼그라들며, 중금리 대출 규모도 전년 대비 40% 급감했다.


그러나 금리가 안정화되고 PF 부실화로 기업대출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금리대출이 영업에 더 유리해졌다는 분석이다. 중금리대출의 경우 저축은행이 금리 상한 요건을 충족하면, 신용공여액 한도에 대한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또 금리 인상 등 경제 상황이 나빠지며 자금난을 겪는 차주들이 저축은행으로 몰렸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고금리에 중·저신용자들의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진 것이다.


다만 금융권이 가계대출 규제로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중·저신용자도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더욱 어려워졌다. 은행권에서 외면 받은 900점이 넘는 고신용자들이 저축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중·저신용자들은 2금융권에서도 밀려나는 상황이다. 실제 3분기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액 중 신용점수 500~600점대에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 수는 12곳으로 1년 전보다 6곳이 줄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인터넷 전문은행과 2금융권의 저신용자 자금 공급을 당부하고 나섰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최근 "인터넷은행과 제2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 치중하기보다 은행권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다양한 자금 수요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 등에 차질이 없도록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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