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 등 70층 높이 재건축 검토 활발
얼죽신·신축 부족 등 맞물려, 미래가치 기대감 작용
50층 이상 재건축시 건축규제 까다롭고 공사비 급증 우려
건설경기 침체로 한동안 주춤했던 정비사업 단지의 초고층 논의가 다시 활발해진 모습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살아나고 기준금리 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랜드마트 단지로 탈바꿈하고, 동시에 미래가치를 높이겠단 복안으로 풀이된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를 중심으로 초고층 설계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일명 ‘35층룰’을 폐지하며 기존 정비계획안을 수립한 단지들은 초고층 선회를 검토 중이다.
재건축·재개발을 앞둔 사업지들이 밀집한 노량진, 압구정, 잠실 등을 중심으로 이미 층수를 올린 단지들도 상당하다.
압구정4구역은 69층, 압구정2·5구역은 70층으로 층수를 올리고 사업 절차를 밟는 중이다.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는 77층으로 설계를 확정했다.
여의도에선 시범아파트가 65층, 진주아파트 58층, 한양아파트 56층에 이어 목화아파트까지 60층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잠실에선 잠실주공5단지가 70층 재건축에 나서는 데 이어 장미1·2·3차도 최고 69층 건축을 검토 중이다.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건축 규제가 까다롭다. 현행법상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축물은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과 직접 연결되는 피난 안전구역을 최대 30층마다 1개소 이상 설치해야 한다.
강풍이나 지진 등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특화 설계가 도입되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자재가 투입된다.
층수가 더해지는 만큼 투입되는 공사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 부담도 커지게 되는 셈이다. 공기가 연장된단 점도 발목을 잡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동일 가구수라고 가정할 때 일반 아파트보다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는 공사비가 35~40%가량 더 투입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요 노후 단지들의 초고층 논의가 활발한 데는 사업성이 개선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다. 층수가 높은 만큼 가구수가 늘고 일반분양 물량도 증가한다.
한강변 등 입지에 따라 랜드마크 단지라는 상징성도 거머쥘 수 있다. 통상 랜드마크 단지는 일대 집값을 좌우하는 리딩단지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선 최근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과 갈수록 심화하는 주택공급 부족,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선호지역으로의 쏠림현상 등 최근 시장 분위기도 초고층 재건축을 부추기는 데 한몫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중심부와 외곽지역 간 양극화가 심한데 중심 입지의 정비사업장이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하면 그만큼 아파트 가치가 더 뛸 거란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강 조망을 갖춘 단지라면 층수가 오를수록 조망 가능한 가구수도 늘어나게 된다. 바로 옆 단지보다 높은 층수로 정비사업이 추진되면 일대 아파트 중 대장 단지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공사비 갈등은 피할 수 없고, 정비사업의 관건은 빠른 속도인데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나 주민들 간 내분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며 “자칫 분담금 부담이 커 층수를 다시 낮추게 되면 그만큼 사업은 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