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혀 저렴한 빌라·오피스텔 눈돌리는 수요자들
정부 정책도 영향…응찰자 몰리고 감정가 넘겨 낙찰되기도
“아파트 시장 침체 속 비아파트 회복 한계”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파트 매수심리가 한풀 꺾인 가운데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비아파트가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각종 정부 정책과 비교적 규제 영향을 덜 받는단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온전히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긴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빌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4.5%로 집계됐다. 지난 8월 78.3%를 기록한 이후 3개월째 상승세다.
낙찰율도 한 달 전보다 올랐다. 10월 서울 빌라 낙찰율은 25.4%로 9월 대비 1.9%p 상승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3.04명이다.
같은 기간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80.9%로 한 달 전보다 4.5%p 떨어졌다. 다만 낙찰율은 26.5%로 8월(20.4%) 이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평균 응찰자 수는 2.47명으로 조사됐다.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비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경매시장에서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지난 1월 서울의 빌라 낙찰가율은 78.2%, 낙찰율은 14.9%, 같은 기준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73.2%, 낙찰율은 17.3%다. 이를 고려하면 하반기 들어 관련 지표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응찰자가 대거 몰리거나 감정가를 훌쩍 넘겨 낙찰된 사례도 있다.
지난달 말 경기 광명시 일직동 소재 오피스텔 전용 25㎡ 물건에는 응찰자가 31명 몰렸다. 감정가는 1억6200만원, 낙찰가는 1억3868만원(낙찰가율 85.6%)을 기록했다.
관악구 신림동 소재 빌라 전용 30㎡은 감정가 2억6900만원 대비 7500만원 높은 3억44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27.9% 수준이다.
양천구 신정동 다세대주택 전용 29㎡ 물건도 감정가의 119%인 3억3221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비아파트 경매시장이 회복 흐름을 나타내는 데는 대출 규제로 아파트 매매시장이 전반적인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 크단 분석이다.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된 데 은행들도 저마다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다음 달부터는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디딤돌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자금 조달이 가로막히면서 비교적 저렴한 비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효과도 한몫한다. 지난 8·8대책을 통해 정부는 전용 60㎡ 이하 신축 소형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2027년 말까지 취득세·종부세·양도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12월부터는 비아파트를 소유하더라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된다. 빌라 역시 취득세 감면 범위를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비아파트 중에서도 빌라는 전보다 상황이 나아지긴 했다”며 “정부의 여러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정책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오피스텔은 대출 영향을 받지 않는 저가, 소형 오피스텔만 인기다. 오피스텔 역시 깡통전세 문제가 많았고, 고금리와 수익률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실질적인 비아파트 시장 회복은 아파트 시장이 살아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