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부과·재정적자·레드 스윕
트럼프發 강달러 내년까지 여파
"2026년까지 이어질 것"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따른 강달러 영향에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1400원을 돌파했지만, 앞으로 상승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트럼프발(發) 강달러 현상이 2026년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와 동시에 지나친 기우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3.1원 오른 1406.6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오전 이미 1410.0원으로 거래를 출발한 데 이어 또다시 1400원을 넘어 거래를 마친 것이다.
지난 12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 1403.5원으로 마감했는데, 종가기준 1400원대를 기록한 건 2022년 11월 7일 인플레이션발 긴축 쇼크로 급상승한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중동 전쟁으로 대외 리스크가 커지자 환율이 1400원대를 오르내리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탄건 지난 6일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부과와 재정 적자 확대를 공약으로 냈고, 이에 달러 매수 움직임이 커졌다. 주변 교역국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 물가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는 레드 스윕 가능성 이 높아지는 것도 원화 값이 하락하는 원인이다.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까지는 1400원대 환율이 이어지면서 1430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 1월 공식 취임 전까지는 공약이 구체화되기 어려운 데다, 취임 후 한동안은 경제 정책들이 미완성 상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1분기 말부터 정책이 나올 것 같고 2분기 초를 예상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10~20%의 보편적 관세와 중국에 대해 60~100%에 달하는 관세를 얼마나 빨리 부과할지도 환율 상승세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는 “정책 변화의 규모와 속도에 달려 있고, 트럼프 관세부과가 빠르게 시행된다면 달러가치는 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세가 더 오래 갈 것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26년까지도 환율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2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장벽이 내년까지도 현실화되지 않고 2026년에야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환율이 거침없이 치솟음에도 시장 예상보다는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관점도 나온다. 재집권인 만큼 2016년 트럼프 당선 때보다는 환율 변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 대선 절차가 완전히 종료되면 원·달러 환율이 1330원 수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 당시의 환율과는 기준을 다르게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환율만 올랐지만, 현재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외환시장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에는 외환당국이 환율 거래 현황을 1시간 단위로 보고하라고 요청했지만 지금은 외환당국에서 환율에 대해 유연성을 가져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1400원 안착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지만 이를 또 다른 위기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환율 정책의 유연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트럼프 트레이드로 강달러가 고착할 될 우려가 커지고 있고,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며 "'기우'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