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친구 추천으로 아인은 반장선거에서 금수저 김규철을 한표 차이로 꺾고 반장이 됐다. 하지만 아인과 아인의 부모는 마음 놓고 기뻐할 수가 없다.
규철은 반장선거에서 이기면 아이패드와 미슐랭 햄버거 세트를 돌리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지만 가난한 아인의 가족들은 반장 된 기념으로 햄버거를 돌리는 일 조차 부담스럽다.
이들은 우연히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점에서 '버거송 챌린지'에 참여해 2등을 하면 햄버거 100개를 받을 수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인의 아빠는 인도에서 예술을 했다는 이주노동자이자 직장동료 가우라브에게 부탁해 함께 2등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한다.
결전의 날, 아인의 가족들은 유쾌하고 귀여운 '버거송 챌린지'를 완성한다.아인을 반장으로 추천한 윤슬도 친구들을 동원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버거송 챌린지'를 퍼나르고 조회수 올리기를 요청한다. 덕분에 아인의 가족들은 1등을 차지해 제주도 여행권을 받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등을 해야 햄버거를 돌릴 수 있는 아인은 엄마와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반장을 사퇴하겠다고 전한다.
담임 선생님은 반장이 되도 햄버거를 돌릴 필요가 없다며 규철을 혼을 낸다. 아인은 그렇게 반장이 됐다.
반장 선거는 영화 속에서 현대 사회의 축소판처럼 기능한다. 규철은 물질적 공약을 내세우며 경쟁에 나선다. 이 장면은 정치적 선거에서의 물질적 자원의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한다. 반면, 가난한 아인의 가족은 반장 당선 이후 햄버거를 돌릴 재정적 여유조차 없어 고민한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 격차가 개인의 꿈과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유쾌한 반전이 따뜻하다.'버거송 챌린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은 단순한 코미디적 장치가 아니라, 창의성과 연대를 통해 문제를 극복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아인의 아버지가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인 가우라브와 협력하는 모습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강조한다.
“가난하면 꿈마저 가난해야 돼?”라는 질문은 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꿈과 희망은 물질적 풍요와 무관하게 서로의 유대와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음을 영화는 유머러스하고 영리하게 보여준다. 러닝타임 2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