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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없는 비트코인, 이래서 올랐다


입력 2024.11.19 13:08 수정 2024.11.19 14:08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美서 현물 ETF 승인된 뒤 '디지털 금' 인식 확산

"미국을 비트코인 수도" 한다던 트럼프 당선도 호재

반감기 따른 채굴량 감소 등 펀더멘털도 영향

6일 전 신고가 형성..."올해 20만 달러 무리 아냐"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14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거래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실체가 없고 거품이라는 비판을 받은 비트코인은 최근 신고가를 형성한 뒤 1억2000만원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향한 일부 회의론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미국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패권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뒤부터 가격은 지속 상승세를 보였다.


19일 오전 11시 현재 비트코인은 업비트 원화마켓 기준 1억2750만원, 바이낸스 테더(USDT) 마켓 기준 9만800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올해만 116%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 2, 3위 가상자산(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T 제외)인 이더리움과 솔라나도 각각 38%, 137% 상승률을 보였다. 이같은 상승률은 증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 내에서 손꼽히는 수치다.


이번 사이클에서 비트코인의 상승 원인은 ▲글로벌 자산시장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인식된 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승리 ▲반감기에 따른 비트코인 채굴량 감소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비트코인은 전 세계 주요 자산시장에 '디지털 금'으로 인식됐다.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회피)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돼왔다. 국가 임의대로 발행량을 조절할 수 있는 법정화폐의 경우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은 2100만개로 제한돼 있고, 일정 주기마다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다.


미국 유력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월가 억만장자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 통화정책 회의론을 나타내며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인정하고, 인플레이션으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보호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이들은 비트코인은 제한된 공급량과 탈중앙화 특성을 가진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국가 주도 상품인 채권 등은 매도해야 할 자산으로 여기는 중"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실제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비트코인 평가는 올해 들어 달라졌다. 운용자산 1경5000조원의 전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비트코인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자산클래스라고 믿는다"며 "비트코인은 금 같은 원자재의 대안이며 블록체인이며, 과거 모기지 시장처럼 시장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래리 핑크는 과거 비트코인 회의론을 언급해왔다.


이달 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점도 비트코인 상승 요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가상자산에 부정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7월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당시에는 선거자금 모금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입장을 뒤집은 직후 개최된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미국을 '비트코인 수도'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선거운동을 진행하며 트럼프가(家)에서는 자체 가상자산 사업까지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확정 이후에도 복수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기존 규제 일변도의 미국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자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전략적 준비자산'에 비트코인을 추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시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 혹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의 발언에 따라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월 27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2024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참석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비트코인 채굴량이 줄어드는 반감기는 '펀더멘털' 부분에서 상승 요인이 됐다. 비트코인 채굴은 블록체인을 통해 각 코인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실물 화폐와 비유하면 위조화폐를 거르는 작업이다. 비트코인은 일정 주기마다 채굴량이 줄어들도록 설계됐다. 새로 발행(채굴)되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은 상승한다. 세계 최대 수준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현재까지 4차례 반감기를 겪었고 반감기 이후 12개월 동안은 평균 332% 수준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이와 같은 움직임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운용 자산 수백조원 이상의 자산운용사 10곳가량이 출시한 상품으로, 개인이나 기관이 규제 준수 플랫폼인 증권시장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할 수 있다. 개별 개인이나 기관이 이 상품을 매수하면 이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그만큼의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한다. 현재 10종 남짓인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출시 211일 만에 운용자산 948억 달러(약 132조원)를 운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13일 바이낸스 USDT 마켓에서 신고가(9만3265 달러·1억2994만원)에 도달했다. 신고가를 형성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만큼 '천장'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월가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투자자 대상 서한에서 "비트코인은 2025년 목표가로 설정했던 20만 달러(약 2억7864만원)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으며, 10만 달러(약 1억3932만원)를 목전에 둔 지금 이는 더 이상 비현실적이지 않다"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친가상자산 인사들을 내각에 합류시킨 만큼 20만 달러 돌파 가능성은 매우 크며, 미국의 전략적 준비자산 포함 계획과 비트코인 현물 ETF를 필두로 한 기업들의 수요 역시 가격 하방 압력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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