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시급 2만원, 초보 가능"…수능 마치고 혹해서 갔다 전과자 될 수도


입력 2024.11.20 10:13 수정 2024.11.20 10:13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수능 끝난 수험생들 상대로 홀덤펍 구인광고 기승

실제로는 청소년 고용 불가능한 '유해업소'

홀덤펍에서 불법도박에 사용된 칩ⓒ서울경찰청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노린 홀덤펍 아르바이트 공고가 성행해 주의가 요구된다.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를 살피다 '재밌게 일할 분 구합니다'란 제목의 게시물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해당 게시물엔 '게임을 재밌게 진행할 분을 모신다' '초보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시급은 2만원대로 비슷한 카페나 음식점과 비교해 훨씬 높았다. A군은 "단순히 보드게임방 같은 곳인 줄 알고 전화했더니 채용 담당자가 '홀덤펍 딜러로 일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어봤다"며 "게임 룰을 익힐 때까지는 수습 기간이 적용된다고 해서 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청소년 고용이 아예 안 되는 곳이라는 걸 알았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불법에 연루될 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27세 취업준비생 B씨는 지난해 7월 한 달간 서울 강서구 한 홀덤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손님들의 음료나 담배 심부름을 하는 단순한 업무였는데 시급이 2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B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씨가 일한 홀덤펍은 음식점이 아닌 불법 도박장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장민석 판사는 B씨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해당 업소에서 일하며 도박장소 개설을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홀덤펍 광고ⓒ

이처럼 수능을 끝낸 청소년들에게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접근하는 불법 구인 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홀덤펍 근무가 불법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교육 당국 및 지역 사회가 합동한 예방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구인·구직 사이트 여러 곳을 살펴보니 '즐겁게 추억 만들며 일하실 분' '열정적인 분 오세요' 등의 제목으로 홀덤펍 구인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지원 자격엔 대부분 '학력 무관' '연령 및 성별 무관'이라고 명시했고, '적극적인 성격' 등을 우대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한 게시물에 적힌 담당자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고등학교 3학년생도 지원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채용 담당자는 "홀덤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더라도 게임을 배우면서 일할 수 있다"며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는 조건이 괜찮다면 지원서를 보내달라"라고 했다.


홀덤펍은 일정 금액의 입장료만 내면 주류와 음료 등을 마시며 텍사스 홀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을 말한다. 기존엔 보드게임방처럼 청소년들도 출입이 가능했으나, 최근 외관을 홀덤펍처럼 꾸미고 불법 사행성 게임을 운영하는 행위가 증가하면서 '청소년 유해 업소'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의 홀덤펍 출입 및 구직은 모두 불법이다.


그럼에도 높은 시급에 이끌려 홀덤펍 구인 게시글로 유입되는 청소년들은 끊이질 않는다. C군(19세)은 "최근 홀덤펍에서 손님 응대할 사람을 뽑는다는 게시글을 보고 지원했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카페나 편의점은 보통 최저 시급인데, 이곳은 시급이 1만5000원이라서 호기심에 지원했다. 나이를 사실대로 적었는데도 면접을 보라길래 당연히 합법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 및 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한 예방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능이 끝난 청소년들에게 12월부터 2월까지 약 3개월은 처음 맞는 공백기로 그만큼 일탈로 빠지기 쉽다"며 "교육 당국과 지자체가 연계해 청소년들에게 홀덤펍 출입과 고용은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교육하고 이 외에도 다른 불법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