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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위기에도 '비명횡사' 현재진행형?…"움직이지마" 압박 점입가경


입력 2024.11.21 00:40 수정 2024.11.21 00:40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강성 최민희 "정치적 사망선고" 위협 속

'플랜B' 손사래치거나 내년 정치복귀

곳곳 "지금 대안세력 언급할 수 없어…

속으로 어떤 생각 있어도 행동 안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1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였던 지난 8월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민희(왼쪽부터)·추미애·전현희·강득구 의원과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 안팎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를 기점으로 '플랜B' 거론 빈도가 잦아지고 있지만, 정작 대안세력인 비명(비이재명)계의 운신 폭은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당 전방위에서 "비명계가 움직이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고, 급기야 "움직이면 죽는다"는 위협까지 나오고 있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들조차 지금은 플랜B를 얘기할 때가 아니라며 이 대표의 재판 추이를 관망하고 있고, 동시에 몸을 숙이는 것이 대체적 분위기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 내 차기 대권 잠룡 목록 상단에 자리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자신이 '플랜B'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지금 '新(신)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니 '플랜B'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 국회 방문 일정에서도 "지금 그런 얘기를 가지고 논의하거나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고 하는 등 신중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내 강성으로 꼽히는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가 움직이면 내가 죽이겠다"는 극언을 하며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서도 "내가 코멘트할 필요가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자신이 받고 있는 재판들 중 첫 1심 선고가 나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에서부터 피선거권 박탈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당내 기류는 이 대표의 위기에도 지난 4·10 총선 정국에서의 '비명횡사 친명횡재'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내 대표적 강성으로 꼽히는 최민희 의원은 이 대표의 '징역형의 집행유예' 1심 선고 이튿날인 지난 16일 유튜브 인터뷰에서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며 "움직이면 죽는다. 내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논란이 확산함에 따라 최 의원은 "발언이 너무 셌다"는 해명을 했지만, 같은날 또 한번의 고강도 발언을 이어가 그나마의 해명도 빛이 바랬다. 과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의원은 박장범 KBS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중 이례적 신상발언을 통해 "은유적 표현이 너무 셌다"면서도 "분열하거나 권력투쟁을 하거나 정치검찰과 손잡고 민주당을 장악하려고 하면 그 해당 당사자들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재차 위협을 가했다.


이처럼 당 내부에서 비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는 것은, 이 대표의 대법원 형 확정 시 '플랜B(포스트 이재명)'가 가동돼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명계 내부에서 주자를 만들어 기존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강성 당원들을 등에 업고 비명계 유력주자들의 싹을 초장부터 잘라버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또다른 비명계 유력주자이자 독일에서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올 연말이 아닌 내년 초 귀국이 예상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아예 정치 현안이 아닌 롤(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연설을 들은 감상 정도나 밝히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 전 의원 등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주축이 된 '초일회'는 다음달 1일 김 전 총리의 특강을 주최를 예고했고, 김 전 총리는 강연정치를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 중이다.


김 전 총리는 초일회 월례모임에서 '미국 대선 평가와 한미관계 국제정세 전망'이란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나, 다만 특강은 미국 대선 얘기로 한정하며 국내 정치 부문은 다루지 않을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초일회 내 잠재적 대권주자인 박용진 전 의원도 당장이 아닌 내년 초에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8·1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독주와 '일극체제'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았던 김두관 전 의원은 공교롭게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혐의 1심 선고 직후 중앙정치에 복귀했다. 정치 재개는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기단축 개헌'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자신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암시하듯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내의 다양한 대권주자들이 경쟁을 하는 것이 본선경쟁력을 키우고 정권교체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을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그러면서도 "지금 당이 생존의 위기에 있는데 플랜B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일단 손사래를 쳤다.


민주당 내부에선 최 의원의 '살해 위협' 정도에 이르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비명계 인사들이 공개적인 활동을 당장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지금 당의 대표이고 유력한 대선후보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당하고 있는데 당신 혼자 당신 밥그릇 챙긴다고 뛰어다니냐, 이 사람 지금 제정신이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럴 경우에 손해가 크다"고 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잠재적 경쟁자나 혹은 비명계라고 불리는 분들이 있다면 이런 분들이 공개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바라봤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박수현 의원도 최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지금은 어떤 그런 대안세력을 언급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번 1심 억울한 판결, 말도 안되는 판결 이후에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한) 그런 기류는 현재는 더 강해져 있는 분위기"라며 "소위 대안으로 거론되는 분들도 '3김 3총(이낙연·정세균·김부겸·김경수·김동연·김두관)' 이런 말들이 있던데, 그러나 그분들도 지금은 아무리 속으로 어떤 생각이 있으셔도 그렇게 행동하거나, 그런 마음과 속내를 비칠 때가 아니다"고 내다봤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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