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의 꿈①>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 ´해결사´ 역 필요
이재오 "대결정치 안해" - 이방호 "교회나가 옛일 반성도"
´이재오와 이방호´
두 사람의 이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여권 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된다. 그만큼 두 사람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까. 최근 단계적으로 단행되고 있는 개각과 향후 예고된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빈번하게 거명된다.
이들의 이름이 가진 의미는 여권 내의 각 진영에선 극명하게 달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난국에 빠져 있는 이명박 정부에겐 ‘해결사’의 의미가 강하지만, 또 다른 측에선 ‘대결과 분열의 상징’으로 인식한다.
두 사람 이름의 의미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4·9 총선을 앞둔 당내 공천과정에서다. 이들은 당시 공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은 “공천에 개입한 적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이 휘두른 공천 칼날은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했다. 친박계의 반발은 거셌다. 좀처럼 거친 표현을 하지 않는 박근혜 전 대표도 측근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직격탄을 날릴 정도였다.
막강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앞세운 친박계의 집단적인 반격에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사실상 정치적 망명에 올랐고,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집권 2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가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집권 1년차의 평가를 뒤엎기 위한 ‘책임성 강화’의 측면에서 이들의 존재감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친이계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다.
귀국하는 이재오, 입각이냐 재보궐 출마냐
지난해 연말부터 한나라당내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당시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이 전 최고위원의 조기귀국 가능성을 제기한데다 지난 총선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낙선시킨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재판 진행과 맞물리면서 그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영국 프랑스 인도를 거쳐 현재 ‘동북아에서 통일한국의 위상’을 연구하기 위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베이징 서우드 공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봄이 되면 귀국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귀국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셈이다.
그러자 이 전 최고위원의 거취와 관련해 갖가지 추측성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교사를 했던 경력을 고려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나 노동부, 문화부 장관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은 일찍부터 나왔고, 최근 발표된 개각으로 인해 공석이 된 행정안전부 장관, 청와대 정무특보 내지 특임장관 등에 배치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마평으로만 보자면 이 전 최고위원은 벌써 내각 한 바퀴를 다 돌았다”는 농담이 회자될 정도다.
특히 최근 단행된 ‘1·19’ 개각에서 이 대통령이 보여준 의지가 ‘친정 체제’의 강화였다는 점에서 이 전 사무총장의 역할론이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추측에도 불구하고 “5월 이전 귀국 이외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사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이 10월 재보궐 선거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전 최고위원의 한 핵심측근은 지난 2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정계은퇴를 한 것도 아니고 정치를 계속하려면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금 지역(서울 은평을) 원외위원장인 만큼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측근은 “이 전 최고위원은 3월에 귀국하면 특정 자리에 앉아 일하기보다 해외에서 연구한 내용을 중심으로 재보선 때까지 강연활동을 하면서 조용히 이명박 정부를 도울 생각”이라고 덧붙였고, 올 초 미국을 방문해 이 전 최고위원을 만났던 또 다른 측근도 “10월 재보선에 나가기로 정리했더라”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10월 재보궐 출마설이 사실이라고 전제할 때,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내각 진입이 자칫 여론의 역풍이나 친박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점을 감안해 당으로 복귀해 이 대통령을 뒷받침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최고위원의 행보에 대해선 친박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전 최고위원은 측근들에게 “(복귀 후) 계파정치와 대결의 정치는 더 이상 안 하겠다”고 밝혔다는 후문이다.
재기 꿈꾸던 이방호, 일단 입각에 주력?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 비해 이방호 전 사무총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비율은 낮지만, 그가 이 대통령의 측근이자 이명박 정부의 개국 공신이라는 점은 여전히 그의 이름에 꼬리표를 달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사천과 서울을 오가며 재기를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선 유권자들을 만나고, 서울에선 친이계의 단합을 주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그러나 자신을 꺾고 당선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지만 의원직은 유지하게 됨에 따라 일단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와 관련, 이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연말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내년 1년은 이명박 정부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시기”라며 “이명박 정부의 철학과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두언 의원, 박영준 전 비서관 등 누구 한 사람도 배제하지 말고 이제는 다 함께 가야 한다”고 친이계의 ‘책임론’과 맥을 같이 했다.
그래선지 이 전 사무총장은 개각이 예상될 때마다 개각 후보명단에 들어 있다. 이 전 사무총장측에서 입각을 시도한다는 소문도 흘러다닌다. 수협 회장 출신인 탓에 농수산식품부 장관이 그 주를 이룬다.
이 전 사무총장의 행보에 대해 친박계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이 전 최고위원과 비슷한 수준. 이 전 사무총장이 지난 공천 과정에서 공천심사위원으로서 직접 물갈이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 전 사무총장은 겸손함의 미덕을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사무총장은 “주일이면 교회를 빠지지 않고 간다. 신앙심이 더 깊어졌다. 기도를 하면서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오-이방호의 행보의 키는 이명박 대통령
이 전 최고위원이나 이 전 사무총장 행보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이들에게 어떤 임무를 맡기느냐에 따라 그들의 행보가 결정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올 1년 밖에 없다”는 여권 내의 명제가 말해주듯 이 대통령에겐 강력한 리더십으로 올해 1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을 터. 그럴수록 자신이 원하는 국정방향을 강력하게 밀어붙여 줄 수 있는 ‘해결사’가 더욱 필요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로 이들을 선택할 것이냐가 관심가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데일리안>과 만나 “이 전 최고위원이나 이 전 사무총장은 다른 누구보다 이 대통령의 국정방향을 잘 읽고 집권 2년차의 비전과 해야 할 일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어디에서 어떤 자리에서 이 대통령을 뒷받침해 줄지는 결국 이 대통령의 선택에 달린 일”이라고 짚었다.
이 대통령의 이들에 대한 결단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 지 주목된다. [데일리안 = 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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