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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민희진, 소송이 시급하다


입력 2024.11.30 07:07 수정 2024.11.30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 프리시즌 친선전 바이에른 뮌헨과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가 지난 8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뉴진스가 축하 무대를 꾸미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뉴진스가 28일 저녁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전속계약 해지 선언을 하면서 위약금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계약을 위반한 건 어도어와 하이브이니 자신들은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놀랍게도 소송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소송 없이 계약을 끝낼 것이며, 기존에 정해졌던 스케줄도 모두 소화하겠다고 했다. 이게 무슨 논리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계약은 말로 끝내겠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다. 당연히 법적으로 정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약을 파기하려는 아이돌들이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시비를 가려서 이 상황을 정리하려면 소속사라도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소속사는 소송을 제기하기 힘들다. 소속사에게 뉴진스는 절대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계약을 깨려는 건 뉴진스고 소속사는 당연히 뉴진스와의 계약을 지키려 한다. 뉴진스 최후통첩에 대한 어도어의 답변이 이번에 공개됐는데 거의 뉴진스를 붙잡기 위해 읍소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심지어 뉴진스가 계약 깨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어도어는 계약이 유효하다며 현재 뉴진스의 내년 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뉴진스와 대화하길 바란다며 SNS를 통해 여전히 뉴진스 홍보 활동을 이어나가는 가련한(?) 모습을 보였다.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도 뉴진스 눈치만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을 깬다는 상대방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하고 쩔쩔 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어도어나 하이브는 뉴진스를 상대로 당장은 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뉴진스는 스케줄을 예정대로 소화하겠다고 했다. 즉, 계약 파기 선언을 한 뉴진스가 예정대로 어도어 활동에 나서는 희한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시비가 가려지지 않고 혼란한 국면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시간만 소모적으로 흘러간다. 부당한 일을 당했으면 빨리 억울함을 풀고, 계약을 깨야겠으면 빨리 법적으로 정리해서 논란을 종료해야 한다. 민희진, 뉴진스 이슈로 우리 공론장이 이미 충분히 혼란스러웠다. 혼란 종식이 시급하다.


그러니 계약을 깨겠다는 뉴진스가 소송을 걸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누군가가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소송해서 억울함을 풀라고 한다. 보통 당당한 쪽이 소송을 걸고, 당당하지 못한 쪽은 선뜻 소송을 걸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니까 뉴진스도 당당하다면, 어도어-하이브에게 부당한 일을 당한 게 맞는다면 소송을 걸어서 인정받고 깨끗하게 계약을 정리하면 된다.


계약을 깬다면서도 소송을 안 하면 ‘이길 자신이 없어서’라는 추측이 나올 수 있다. 이번에 뉴진스 측은 “민희진 대표님을 보고 많은 용기를 얻었다”라고 했다. 민희진 대표는 사태 초기 불리한 여론을 기자회견 한 방으로 뒤집었다.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 ‘사담’이라는 이상한 말을 했는데도 대중은 민희진에게 열광했다. 그걸 보고 이번에도 질 것 같은 소송 대신 기자회견 여론전을 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애초에 민희진이 여론전이라는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진흙탕 싸움 여론전으로 하이브에게 막대한 부담을 줘서 스스로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전략 아니냐는 것이다. 민희진의 기자회견도 자신은 터뜨릴 것이 많다는 겁박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동안의 논란 과정에서 하이브의 이미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지하 2층, 3층 등 지하 N층이 있는 법이다. 여론이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엔터 대기업 특성상 내부 사정 중에서 공개되면 곤란할 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런 게 더 터지면 하이브는 지하 N층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혹시 모를 그런 사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뉴진스에게 선뜻 소송을 걸 수 없을 것이란 상상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뉴진스만 소송을 걸지 않으면 양자의 계약을 흐지부지 끝낼 수 있다는 의혹이다.


만약 이런 식의 역관계를 이용한 꼼수로 소송을 안 하는 것이라면 정당하지 않아 보인다. 혹시 소송을 안 걸고 시간을 벌면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려는 의도라도 당당하지 않아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말 부당한 일을 당했고 당당하다면 소송을 걸어서 잘못을 밝히고 깨끗하게 계약을 끝내야 한다. 그래야 혼란이 빨리 종식된다.


민희진 전 대표도 그렇다. 요즘 민희진 측에서 소송을 건다는 보도들이 나오는데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소송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하이브는 민희진이 어도어, 뉴진스 탈취모의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고발했다. 민희진은 하이브가 증거를 짜깁기, 조작해서 자신을 모함한다고 항변했다. 지금 공개된 메시지 내용들 때문에 민희진을 의심하는 시선들이 있는데, 그 메시지들이 짜깁기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시비를 풀어야 한다. 민희진이 억울함을 풀어야 뉴진스의 입지도 보다 탄탄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민희진 측에서, 하이브가 증거를 짜깁기 조작해 모함했다는 식의 자신의 말을 소송으로 증명해야 한다. 메시지 내용을 폭로한 언론도 대상일 수 있다. 민 전 대표가 이 억울함만 푼다면 하이브는 즉시 지하 심층 나락으로 떨어지고 뉴진스를 향한 성원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다.


뚜렷하고 심각한 사유가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호하게 계약이 파기된다면 케이팝 업계에 엄청난 충격이 있을 것이다. 투자, 사업에 있어서 매우 조심하게 되고 프로듀서에게 아티스트를 맡기는 일에도 소극적이 될 것이다. 이러면 업계가 위축된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뉴진스, 민희진이 소송으로 억울함을 인정받아, 어도어/하이브가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음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그래야 잘못 없는 사업자들이 안심하는 한편 업계에서 유사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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