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FRS17 시행 맞춰 도입
버는 만큼 쌓아야해 배당 '난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내놨지만
실질적 혜택 보는 회사 '극소수'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의 계약 해지에 대비해 쌓아두고 있는 준비금이 17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많아지는 만큼 해약준비금으로 빼놔야 하는 파이도 커지는 구조다.
문제는 이같은 해약준비금 부담이 주주에 대한 환원 측면에서는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배당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11개 상장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해약준비금) 잔액은 총 17조392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약준비금은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됨에 따라 새로 마련된 제도다. IFRS17로 보험부채가 시가 평가로 바뀌면서 부채가 줄고, 해약환급금이 부족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신설됐다. 해약환급금은 보험을 해지할 때 고객이 받을 수 있는 환급금을 뜻한다.
보험사별로 보면 상장 보험사 중 현대해상의 해약준비금이 4조431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DB손해보험(3조7141억원) ▲한화생명(2조5048억원) ▲삼성화재(2조2840억원) ▲한화손해보험(2조123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그 외 ▲미래에셋생명(9002억원) ▲동양생명(6402억원) ▲롯데손해보험(3837억원) ▲흥국화재(3045억원) ▲코리안리재보험(1060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해약준비금을 적립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가 유치한 계약이 많아질수록 해약준비금으로 남겨둬야 하는 돈도 함께 확대될 수밖에 없다. 즉 보험사가 영업을 잘 할수록 준비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생명보험사 22곳과 손해보험사 31곳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3조3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이처럼 실적 개선과 맞물려 불어나는 해약준비금은 보험사 주주들에겐 악재일 수 있다.그만큼 주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배당 가능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해약준비금은 처분할 수 있는 잉여금이 아니라 보험사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는 법정준비금이라서다.
이 때문에 배당 재원 감소 문제가 생기자 금융위원회는 경과조치 전 신지급여력(K-ICS)비율이 200% 이상을 유지하는 보험사의 경우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약준비금을 기존 대비 80% 낮추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K-ICS 200% 이상인 상장 보험사는 극히 극소수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K-ICS 200% 이상인 보험사는 삼성화재(280.6%)와 DB손보(228.9%) 등 두 곳 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해약준비금을 쌓는 과정에서 배당 저조는 물론, 법인세도 걷히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었다"라며 "금융당국이 최근에 내놓은 개선안은 K-ICS 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법인세 부담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해약준비금 산출 기준을 지금보다 더 완화해야 주주환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