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7000억원 추가 삭감해
총 4조8000억원 감액 방침도
삭감 예산안, 10일 처리 전망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없이는 협의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7000억원 규모의 추가 삭감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감액 예산으로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8일 오후 당 예산결산특별위원 일동 성명서를 내서 "민주당은 반헌법적 정부가 아닌, 정상적인 정부와 예산안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에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회의장이 정한 10일에 반드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당도 조속한 예산안 합의를 원한다"면서도 "누구와 협의를 해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어 "내란을 공모한 반헌법적 정부와 합의를 하자는 말이냐"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던, 탄핵을 통해 반헌법적 요소가 해결된 후 예산을 합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감액만을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지난달 29일 예결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삭감 예산안'이 처리된 것으로, 민주당은 당초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인 지난 2일 열릴 본회의에서 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며 정부·여당을 향한 압박을 이어왔다.
4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던 정부 예비비는 절반인 2조4000억원으로 감액하고, 대통령실과 검찰·경찰·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전액도 삭감했다. 이에 따라 677조원 규모의 정부 제출 예산안 중 총 4조1000억원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2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0일까지 여야 합의안을 마련해오라며 감액 예산안 상정을 보류하겠다고 했는데, 이튿날인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예산안 협상은 완전히 멈췄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신속히 확정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한덕수 총리는 국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부수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상목 부총리도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한 대외신인도를 확고하게 지키고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년 예산안을 신속히 확정해 달라고 했다"면서도 "대한민국을 위기에 몰아넣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뻔뻔함과 몰염치에 기가 막힌다"고 날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예결위를 통과시킨 민주당 감액안 때문에 한국 경제가 난리 날 것처럼 얘기하고, 정부 기능이 마비될 것처럼 얘기를 한다"며 "그러나 이는 비상계엄선포와 같은 국민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당 감액안은 깜깜이로 집행되는 검찰과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를 삭감했을 뿐"이라며 "최 부총리는 대외신인도를 지키기 위해 예산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데, 지금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린 것은 예산안이 아니라 비상계엄 선포"라고도 맞받았다.
그러면서 "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는 한 대외신인도 회복도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은 필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급기야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최근 내란 사태 반영을 이유로 7000억원을 추가 삭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회 예결위에서 앞서 4조1000억원의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포함해 총 4조8000억원의 예산을 깎겠다는 것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공개 지도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예산안 처리 방침을 예고했다. 전직 대통령 경호와 대통령 비서실 직원 급여 등이 포함됐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이 감액예산으로 국민들을 상대로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감액예산안을 그대로 확정하는 것을 '협박수단'으로 쓴다는 건, 민주당이 감액한 예산안이 잘못이라고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