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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주총 D-3...주주 이익 보호 준비됐나


입력 2024.12.09 11:42 수정 2024.12.09 14:33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밥캣 떼내 로보틱스 이전 개편안...주총 목전

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 행방 관건으로 남아

정부·입법부 "주주 보호 가능해야"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10월 21일 오후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두산그룹

두산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의 성패가 이번 주 판가름난다. 지난 7월 처음으로 합병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 6개월 만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외국인 및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강행되는 합병 절차가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것이란 지적이 뒤따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로 편입하는 내용의 분할·합병안을 의결한다.


양쪽 모두 정족수를 넘기면 합병안은 통과된다. 회사의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필요한 만큼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이번 개편안은 무산된다.


관건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미 최대주주 ㈜두산이 의결권 기준 68.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자체적인 안건 처리가 가능하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최대주주 ㈜두산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30.67%에 그친다. 다른 주주의 동의없이는 안건 통과가 어렵다는 뜻이다.


업계는 이번 개편안 통과의 향방은 지분의 65% 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소액주주, 국민연금의 표심에 달려있다고 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외 원전 수주 등을 통해 외국인 주주 비중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발행 주식의 22.84%는 외국인이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한 후 꾸준히 외국인 투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각각 반대와 찬성을 권고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면서 외국인들의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의 판단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 승인 건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결정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 전일인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2만890원)보다 높은 경우 찬성하기로 했다. 그 외의 경우에는 기권이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기권이라는 전제를 달아 사실상 기권을 택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 8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임시 주총에서 합병안이 퉁과하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를 지켜봐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매수청구 규모를 최대 6000억원,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두산 측은 각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할 계획이다. 만약 이 기간 기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규모가 한도액을 넘으면 부족한 액수만큼 금융기관에서 차입해야 한다. 이 경우 재무상 타격, 합병 효과 등을 다시 따져야 해 개편안을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선 입법부의 상법 개정안과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경우도 여론이 두산의 편에 서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상법개정안이든 자본시장법 개정안이든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두산이 사실상 불을 지핀 상황에서 여론의 역풍이 상당히 강할 것"이라며 "두산 경영진이 현재 어떻게든 합병을 강행하려 하겠지만,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정부가 상장 기업이 합병·분할 시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내놓은 상황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관련 개정안들이 나오게 된 화두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통과하면 장단기적으로 득이 될 일인지 의문스럽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오는 12일 임시 주총을 거쳐 내년 1월 31일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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