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법적으로 '직무정지 상태' 아니라
총리에게 인사·외교·군 통수권 등 권한 없어
윤 대통령 향한 검·경·공수처 수사 경쟁 치열
대통령 유고 상황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전까지 한 총리 중심으로 여당과 협의해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야당 반발에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
9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법안 등을 심의·의결한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언·해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무회의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매주 월요일마다 만나왔던 주례회동은 이날 취소됐다.
또한 이 자리에서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계엄~탄핵 사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각 부처를 향해 국정 운영 공백 최소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 총리는 세 차례에 걸쳐 기자단을 통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전날 한동훈 대표와 담화문에서도 현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한 총리는 여느 때처럼 업무 일정도 수행했다. 이날 오후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사랑의 열매'를 전달받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성금을 기부했다.
오전에는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항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전복 사고와 관련해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각 부처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실이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은 가운데, 총리가 윤 대통령의 공백을 메우는 모습이다.
다만 한 총리가 메울 수 있는 공백은 여기까지다. 민생 안정을 위해 각 부처를 통솔하고 관련 지시를 내릴 수는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한동훈 대표가 주장하는 '대통령 직무대행'을 총리가 수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당장 10일 열릴 국무회의 소집을 놓고도 부의장인 한 총리에게 소집권이 있는지를 놓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전날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도 소집 권한 논란을 의식한 듯, 당초 '임시국무회의'에서 전환된 것이다. 당시 총리실은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이 아닌 현 상황에 대한 수습방안을 놓고 국무위원 간 논의기 때문에 회의가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사실상 직무정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서 통과되지 않음으로써, 현재 헌법상 윤 대통령은 궐위·사고 상태가 아니기에 대통령으로서의 법적 권한은 모두 가지고 있다.
이에 인사권·외교권·군 통수권 등 국정 운영에 필요한 핵심 권한도 한 총리가 행사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 총리 또한 국정 운영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전날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당정의 국정운영은) 헌법 테두리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에는 인사·외교·군사 등 모든 권한이 포함된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당장 함께 국정 운영을 해 나가기로 한 한 총리와 한 대표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온 만큼, 윤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가 확정될 때까지는 이 같은 혼돈과 불확실성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검찰·경찰·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들이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경쟁적으로 윤 대통령을 향해 수사망을 펼쳐오고 있는 만큼, 대통령 유고 상황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공수처의 윤 대통령 출국금지 요청을 승인했으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는 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또한 경찰은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면서, 필요할 경우 긴급체포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