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 '재무통‧영업통' 승진으로 성과보상
혁신 기술 개발 주도할 핵심인재 발탁
장재훈 부회장, 기획조정담당 겸임…신사업 육성‧투자 총괄
회장 승진 이후 별도의 ‘2인자’를 두지 않았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장재훈 부회장에게 그룹 컨트롤타워라는 중책을 맡겼다. 임원인사에서는 재무통과 영업통을 중용하면서 성과보상 기조를 확실히 하는 한편, 혁신 기술 개발을 주도할 핵심인재들을 발탁해 미래 준비에도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차 73명, 기아 43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39명의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우수인재를 대상으로, 성과에 대한 보상과 미래 리더십 육성을 위한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사장단 인사에서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부회장은 이날 임원인사에서 기획조정담당 겸직이 확정됐다.
회사측은 “장 부회장은 그룹 관점에서 사업과 전략의 최적화를 통해 성과 극대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미래 신사업 육성과 투자를 총괄 관리하는 ‘변화와 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그동안 그룹의 기획조정실은 김걸 사장이 이끌어 왔으나 지난달 현대차정몽구재단 부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2선 후퇴’가 이뤄지며 장 부회장이 중책을 맡게 됐다.
김걸 사장이 정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며 조용히 정 회장 체제 안정화에 기여해 온 반면, 장 부회장은 그룹 유일의 비(非)오너가 부회장으로 등용됨과 동시에 기획조정담당을 맡게 되며 명실상부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CEO(최고경영자)로 완성차 글로벌 영업에 특화된 호세 무뇨스 사장을 임명한 것도, 그동안 현대차가 주도해 온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전략을 별도의 그룹 컨트롤타워로 이관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장 부회장이 이끄는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미래 신사업 육성과 투자를 총괄하고, 계열사별 중복 투자 등을 조정해 최적화하는 체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의 경영승계 ‘자금줄’로 불리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 시기가 임박하면서 조만간 이뤄질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도 장재훈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재무통’과 ‘영업통’의 중용이다. 재무통에서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출신 서강현 사장을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기아 재경본부장 출신 주우정 사장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인사로 내정했다.
여기에 임원인사를 통해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과 구자용 현대차 IR담당이 각각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승조 부사장은 재무 목표 초과 달성과 2030 전략 수립 등의 성과를, 구자용 전무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전원 ‘A등급’ 획득 및 인도법인 IPO 성공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기아에서는 재경본부 내 요직과 미국판매법인 재무총괄 등을 거친 김승준 상무가 전무 승진과 함께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보임됐다.
영업통 역시 중용됐다. 사장단 인사에서 북미 영업을 이끌던 호세 무뇨스 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현대차 대표이사로 임명한 데 이어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이태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부사장은 시장 상황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을 주도하며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방산 계열사 현대로템에서도 대규모 해외 방산 수주 실적을 이끌어낸 디펜스솔루션사업부장 이정엽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한편,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성과 보상과 함께 미래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R&D) 전문가의 전진배치에도 초점을 맞췄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장기화 등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전동화를 앞당길 수 있는 혁신 기술 개발을 주도할 핵심인재 발탁을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수소 등 에너지 영역 전반의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는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김창환 전무와 내연기관과 전동화시스템을 망라한 구동계 핵심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전동화시험센터장 한동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규 임원 선임에서도 기본성능, 제어 등 기존 차량개발 분야와 로보틱스, 전동화, 수소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 우수인재를 고루 발탁했다. 대표적으로 로보틱스지능SW팀장 주시현 책임연구원, 전동화프로젝트실장 곽무신 책임연구원, 수소연료전지설계2실장 한국일 책임연구원을 상무로 승진 인사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내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조직과 리더십을 최적화하는데 집중한 결과”라며, “향후에도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과감한 발탁과 육성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