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친윤 '지도부 붕괴' 시나리오도
권성동 추대 여론에 친한계 반발
계파색 옅은 김태호 깜짝 등판
표결시 의총서 표 대결 치열할 듯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계엄 사태로 빚어진 탄핵 정국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원내사령탑 선출이 본격화됐다. 탄핵정국 속 원내의 중심이 될 원내대표 선출이 향후 정국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는 5선의 권성동 의원과 4선의 김태호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10일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에 따르면, 김태호 의원과 권성동 의원이 대리인을 통해 원내대표 경선에 입후보를 했다.
이 중 권성동 의원은 '친윤(친윤석열)'계의 핵심 멤버로 꼽히는 인물이다. 권 의원은 지난 2022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바 있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은 지난 4·10 총선에서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수용,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며 4선 고지에 올랐다. 당내에선 계파색이 옅고 중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다른 성향의 두 후보가 원내대표 경선에 등장하면서 원내대표 경선이 굉장히 엄중한 표 대결로 흐를 수도 있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 회의에서는 조경태 의원의 반대 속에서도 5선 권성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인하자는 의견이 모였다. 친한계 좌장인 조 의원을 제외한 중진의원 대부분이 친윤계로 구성된 상황에서 친윤 성향인 권 의원을 추대하자는 여론이 모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회의 직후 "중진의원 다수께서 '어려운 상황에 그래도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내가 원내대표가 돼서 어려운 당 상황을 잘 조정하고 의원들의 심부름꾼이 돼달라'는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격하게 반발했다. 한동훈 대표도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중진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배현진 의원도 "중진 의원들의 의견이지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가 이같이 권 의원 추대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는 향후 원내대표의 역할이 핵심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원내대표는 유사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권한을 갖는 만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 속에서 친윤계·친한계 모두 원내대표직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을 설득해 최고위원 4인의 동반 사퇴를 유도해 한동훈 지도부를 붕괴시키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고되거나 직무정지되는 등 '1호 당원'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친윤계 입장에서는 당권을 빼앗아오는 것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 96조는 '최고위원 4인 이상 사퇴'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전날 당원들 사이에서는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에게 사퇴를 종용하자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가 돌기도 했다.
또 이날 한 반한(反韓) 극단 성향 유튜버가 "내가 한동훈·안철수·김예지·김상욱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넣으려고 하니, 당사 1층에서 민원을 안 받는다고 막았다. 혹시 방법이 있을까"라고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에게 문자로 요청하는 장면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처럼 친윤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친한계도 사태 예방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친한계는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당 내부 갈등이 폭발할 경우 당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는 만큼 계파색이 옅고 경륜이 있는 의원 물색에 힘썼다.
이에 당초 4선 김도읍·3선 김성원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들 모두 마다하면서 구인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계파색이 옅은 영남권 중진인 김태호 의원을 권 의원의 대항마로 내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이 선출될 경우, 한 대표가 안정적으로 지도체제를 유지하면서 향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원내대표는 오는 12일 합동토론회를 거쳐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선출된다. 선출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표결로 결정될 경우 친한계의 표심은 김 의원을 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는 권 의원을 지지하는 상황 속에서 중립지대 의원들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