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 등 정치적 위기…장기화 시 타격 불가피
연말 행사 취소 등 소비 줄이고 외국인들도 여행 취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 장기화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사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해외 주요국에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잇따라 발령하면서 인바운드(외국인의 방한) 관광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영국 외무부는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용산), 국회(여의도) 주변에서 시위가 예상돼 인근 지역을 피하라며 자국민들에게 여행 경보를 내렸다.
미국은 “잠재적인 혼란을 예상해야 한다”며 “폭력 사태로 확대될 수 있으니 시위 진행 지역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일본도 자국민들에 한국 여행 주의령을 내렸으며, 뉴질랜드의 경우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정상적)에서 2단계(신중)로 격상했다.
심지어 전쟁 중인 이스라엘까지 한국 여행에 대한 여행 경고를 발령한 상태다.
지난 2016년 말~2017년 초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도 방한관광객 수가 급감한 바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2016년 1724만1832명에서 2017년 1333만5758명으로 23%가량 줄었다.
일각에서는 한국 여행을 계획했던 외국인들이 호텔 등 숙박 예약을 취소하거나 호텔·리조트 내 연말 기업 워크숍·각종 행사를 위한 대관 취소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 예약을 취소하기보다는 안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취소 피해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탄핵 정국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내수 부진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집계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본격화한 2016년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2.7에서 11월(06), 12월(94)로 움츠러들었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해당 지수는 2017년 1월 93까지 떨어지다가 같은해 3월 탄핵심판이 인용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4월(102), 5월(109), 6월(112), 7월(113)까지 반등했다.
당시 백화점, 면세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줄줄이 큰 피해를 입었다. 2016년 11월 말부터 1월 초까지 정기세일을 진행했던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행사 대비 0.7% 감소했고, 현대백화점도 1.2% 줄었다.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K뷰티·K패션 등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가적 위상과 이미지 추락으로 K브랜드를 찾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연말 특수를 기대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공포다. 마케팅, 할인 프로모션 등을 통해 소비를 부추기기도 힘들다.
현재로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대한민국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하루빨리 탄핵 정국을 마무리하고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