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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쇄신파 '남원정'이 그립다…천막당사 정신 절실한 국민의힘


입력 2024.12.17 21:55 수정 2024.12.18 07:13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남경필·원희룡·정병국…결기 가진 소장개혁파

비대위원장 인선 임박…'용병불가론' 팽배

정치 경험·통합 능력·쇄신 적임자 필요한데

'천막당사' 이끌었던 '원조 소장파' 내세우나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이 지난 2004년 3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허허벌판에 천막당사를 차린 가운데, 기존 당사에서 떼내어 옮겨진 당 현판이 천막 앞에 외로이 서 있다. 당시 당 현판을 떼내어 옮기는 '극약처방'은 '소장개혁파'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주도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 등 정치 경험이 전무한 외부 인사가 당을 좌우하면서 작금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시각이 있는 만큼, 정치경험이 풍부하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를 이번에는 당내에서 찾아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당내에 적당치 않다는 점이다. '사람이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판국이다. 2004년 '천막당사'를 결행할 때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과 같은 결기를 가진 소장개혁파를 당이 그 이후로 20년째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18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과 비대위원장 후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당내 공통적인 의견은 '용병불가론'이다. 최근 당내에는 현 위기가 외부인사로 인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용병이 당을 망쳤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은 이에 동감하면서 "우리 정당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인물을 그저 이용해보려는 욕심이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했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비대위원장 요건으로 △위기 상황 수습 △비전 제시 △대야 관계에서의 공격력 등이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권 대행이 제시한 '3박자'와 함께 비상계엄 선포 사태 및 한 전 대표 사퇴 역풍으로 이탈한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고 당내 화합을 이끌기 위해서는, 이번만큼은 당내에서 인물을 찾아보는 게 좋다는 데에 폭넓은 공감이 모이는 모양새다.


'원조 소장개혁파'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2004년 5월 천막당사 이후 옮겨갔던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국민의힘에 '내란 옹호 정당'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상황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쇄신을 통해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우리가 일단 국민에게 석고대죄부터 하고 시작해야 한다"며, 비대위의 선결 과제로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서 국민께 처절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막당사 정신'이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차떼기' 파동을 겪은 뒤 이듬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역풍으로 벼랑 끝까지 몰리자, 쇄신을 명분으로 2004년 3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당사를 매각하고 3개월 동안 허허벌판에 천막을 치고 당사를 차렸을 때를 가리킨다. 당 현판을 떼어 천막으로 옮겨버리는 '극약처방'은 당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불리는 소장파가 주도했다.


하지만 '남원정'과 '천막당사' 이후로 정확히 20년이 경과했음에도, 지금 이런 정신을 실현에 옮길 수 있는 '소장파'는 지금의 국민의힘 내엔 전무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천막당사 시절이 20년 전인데 아직도 '소장개혁파' 하면 '남원정'이라는 말부터 떠오르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당의 역할이 사람을 길러내는 것인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20년째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용병'에 의존하게 된 것도 결국 그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없는 소장개혁파를 갑자기 만들어낼 수도 없고, 설령 급조한다한들 지금과 같은 위기 국면에 곧바로 당을 이끌 수도 없는 만큼, 차라리 '원조 소장개혁파'가 전면에 나서서 지금부터라도 사람을 길러내는 작업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남원정' 중에서도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정병국 문화예술위원장은 사실상 현실정치를 떠났기 때문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원조 소장개혁파'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천막당사'를 쳤었던 2004년, 수해 현장으로 나아가 수해 복구 활동을 돕고 있다. 원 의원의 왼쪽은 서병수 전 의원이다. ⓒ연합뉴스

원 전 장관은 3선 의원에 최고위원·사무총장 등 핵심 중앙당직을 경험했고 재선 광역단체장에 장관도 지내 중앙·지방행정을 두루 섭렵해 '위기 상황 수습'이라는 요건을 갖췄다. '비전 제시'는 '천막당사 정신'을 이끈 '소장개혁파'라는 점으로 갈음할 수 있다.


'대야 관계에서의 공격력' 또한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의혹 '1타 강사'로 전면에 나섰으며, 올해 총선에는 험지를 넘어 사지라 불리는 인천 계양을에 스스로 출마를 자원해 이 대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선전을 펼쳤다는 점에서 입증되지 않았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원외(院外)라는 점을 약점으로 거론하지만, 두 차례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두 번째에서 이탈표로 인해 가결이 되는 과정에서 당내 의원들 간에 앙금이 쌓이고 날이 선 상태인 만큼, 차라리 이같은 갈등으로부터 자유롭고 표결 과정에서 거리를 뒀던 인사가 당을 화합과 결속으로 이끌기에 적임자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대표는 원내에서 거대야당의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과 대선용 입법 폭주 등에 맞서는 것만으로도 할 일이 너무 많다. 비대위원장은 탄핵정국에서 보수진영 전체를 아우르며 보수진영을 재건해야 하는 자리"라며 "당이 없으면 대선도 없다. 당 재건과 대선을 동시에 준비하며 진영 전체를 아우를 리더십이 있는 사람으로는 원 전 장관이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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