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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겹치기’ 출연 논란…배우 ‘탓’하기 전에 구조부터 손봐야


입력 2024.12.24 13:09 수정 2024.12.24 13:0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최재림 건강상 문제로 '시라노' 공연 중단

“삼치기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20일, 뮤지컬 ‘시라노’ 공연 도중 주연 배우인 최재림의 건강 이상으로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공연은 물론 현재 최재림이 ‘킹키부츠’ ‘시카고’ 지방 공연 일정을 병행하고 있던 터라 주말 일정 모두 캐스팅이 변경돼 진행됐다.


최재림 ⓒCJ ENM

제작사 측에선 “건강상의 문제”라며 최재림의 자세한 건강 상태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팬들 사이에선 최재림의 컨디션 난조 원인으로 무리한 ‘겹치기 출연’에 무게가 실렸다. 그렇지 않아도 쉽지 않은 난도의 넘버와 감정을 쏟아야 하는 작품에,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일정에 무리가 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함께 소화한 바 있다. 특히 당시 출연했던 작품들도 모두 난도가 높은 작품이었고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배우 2명이 90분의 채워야 하는 2인극이라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었던 터다. 실제로 ‘레미제라블’ 무대에서도 최재림의 실수가 연달아 터지면서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 사태로 그의 실력이나, 무대에 대한 정신까지 폄훼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문제가 터지길 기다렸다는 등 그가 과거 한 예능에 출연해 왜 ‘다작을 하는지’와 관련해 자신감 넘치게 했던 발언들을 찾아내 조롱하듯 붙여넣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문이다. 당연히 최재림도 배우로서 다작하면서 자신의 컨디션을 관리하지 못한 잘못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업계에 만연한 스타캐스팅 관행이 겹치기 출연으로 이어지는 식이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로선 사라지기 힘든 구조다. 현재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은 같은 기간 공연하는 뮤지컬 2개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인데, 그런 배우가 ‘겹치기 출연’으로 이런 우려가 생길 지경이 된 거라면, 결국 스타 캐스팅 관행은 배우의 건강을 위협하고 공연의 질을 저하시키며 궁극적으로 뮤지컬계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 아닐까.


실제 최재림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가 뮤지컬계에선 이미 티켓파워를 지닌 배우였지만 숏츠 등 알고리즘을 타고 크게 히트치고,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지자 뮤지컬 제작사들의 섭외가 더욱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번 ‘시라노’와 오는 3월 합류하는 ‘지킬 앤 하이드’도 최재림의 대중적 인지도가 반영된 캐스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제작사는 ‘흥행’을 보장받는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대신, 그에 따른 부작용은 감수하는 식이다. 그 부작용은 보통 배우와 관객 그리고 업계에 영향을 미친다. 배우들은 충분하지 못한 연습시간 탓에 체력적인 부담을 느껴야 하고, 신인 배우들은 캐스팅에만 의존한 제작환경 탓에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관객은 스타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 탓에 티켓 가격 상승을 감내해야 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모든 책임을 어느 한쪽으로 돌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실상 스타캐스팅을 뜯어 고치는 건 쉽지 않다”면서 “배우와 제작사 모두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겹치기 출연’을 제한하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출연 계약 조건을 엄격하게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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