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4자 연합에 지분 5% 매각
상속세 및 주식담보대출 상환 ‘압박’
대표직 유지 위태로워진 동생 임종훈
1년 가까이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한미약품 모녀가 포함된 4자 연합 측이 형제 측 임종윤 주주(사내이사)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들었다.
지난 26일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그룹인 4자 연합 측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보유한 지분 11.79% 가운데 5%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로 구성된 4자 연합 측은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경영권 정상화에 돌입한다고 공지했다.
“반전에 반전”…모녀의 승리로 돌아간 경영권 분쟁
모녀 측과 형제 측의 경영권 분쟁은 한미약품그룹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이사가 지난 1월 OCI 통합을 반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경영권 분쟁 시작 당시 모녀 측의 승리가 유력했으나, 임 이사는 동생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신 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하며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7월 3일 형제 측에 섰던 신 회장이 모녀 측과 3인 연합을 결성하고,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는 약정을 체결하며 분위기는 반전된다. 신 회장은 당시 한미사이언스 지분 12.43%, 한미약품 지분 7.72%를 가진 키맨이었다. 신 회장이 모녀 측으로 돌아서며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우호 지분 34.80%를 확보해 형제 측 우호 지분 25.26%를 앞서게 된다.
3자 연합은 12월 2일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하며, 현재의 4자 연합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형제 측은 지난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과 박재현 대표를 해임해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결국 출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해 해임안이 부결되면서 마지막 반격이 무산된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49.42%를 보유하고 있던 4자 연합은 이번에 임 이사 지분 5%를 매입해 총 54.42%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임 이사가 지분을 4자 연합에 넘기면 형제 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9.47%로 줄어든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이다.
4자 연합 또한 이번 계약을 통해 경영권 분쟁 종식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4자 연합 측 관계자는 26일 임 이사의 지분 매각을 알리며 “앞으로 한미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 나갈 것이고, 임종윤 주주도 4자 연합에 적극 힘을 보탤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재원 마련 위해 매각 결정…임종훈 대표는 “논의 중”
경영권 분쟁의 막을 열었던 임 이사가 5% 지분을 매각한 배경엔 ‘상속세’ 납부와 ‘주식담보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이 있다. 현재 형제 측은 각각 300억 가량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내년 만기되는 임 이사의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16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이사는 지난 24일 주당 3만7000원에 신 회장에게 205만1747주, 킬링턴 유한회사에게 136만7831주를 넘기며 약 1265억원 가량을 확보하게 됐다. 앞서 임 이사는 4, 5일 이틀간 한미사이언스 주식 총 38만9838주를 매각한데 이어 6일과 10일에도 각각 보유 주식 4982주와 6만1739주를 매각했다.
재원 마련이 시급한 임 이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에 반해, 동생 임종훈 대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임 이사가 4자 연합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임 대표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사실상 임 이사와 임 대표의 분열이 시사됐다.
임 대표가 형인 임 이사와 뜻을 함께해 분쟁 종식에 합의하게 된다면 경영권 분쟁은 완전한 종결 수순을 밟는다. 만약 임 대표가 경영권 분쟁을 이어간다면,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4자 연합이 내년 1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열고 임 대표를 해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임 대표의 사내이사 해임안을 다룰 가능성도 있다. 4자 연합 측이 의결권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 해임안을 가결시키면 임 대표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임 이사의 지분 매각이 결정되자 임 대표는 “형님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해서는 여러모로 안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했다고 알려왔다”며 구체적인 사안은 “형님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