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김무성 워딩 브리핑 파동…´친이재오´도 "복귀 제동" 부글부글
최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대변인이 지난 30일 한나라당 이달곤 의원의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 발표가 있기 4시간여 앞서 “정치인 입각은 없다”고 단언했다가 이 의원 내정 발표 직후 “이 의원은 신분만 국회의원”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한 데 이어 2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오찬 회동에서의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인 김무성 의원의 발언에 대한 브리핑이 ‘거두절미’ 논란에 휩싸인 것.
이 대변인은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오찬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김 의원이 ‘이런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맞아 모두 위기를 극복하는데 동참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에게 기회를 주면 그런 역할을 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오늘을 당내 통합의 계기로 삼아 자주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만 보면,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 인선 당시 물망에 올랐던 김 의원이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의 입각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오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도 사견임을 전제로 “김 의원이 말한 ‘역할’은 정부에서의 역할을 말한 게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대변인의 이 같은 브리핑 소식이 알려지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대변인이 거두절미하고 ‘기회를 주면 역할을 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발표해서 마치 내가 자리라도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자리를 달라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대변인과 통화를 했고, 이 대변인도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양해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이 대변인에게 ‘표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했고,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 마음을 다치게 한다’고 말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오찬에서) 지금 보면 대통령 혼자 고생하는 것 같이 보인다. 우리는 마치 방관자적 입장인 것처럼 죄책감도 느끼고 있다. 우리는 국가위기 극복 위해 열심히 일할 의지가 충만하다. 그런데 일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 대통령 혼자 고생하지 말고 우리 모두 고통을 분담할 기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 이럴 때 당·정·청 회의를 자주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지난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쟁점 법안들은 당정회의도 하고, 중진의원들과 상의도 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해서 나와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갑자기 제기되고 있는 상황 아니냐”고 자신의 발언 취지가 ‘소통’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다 묵살하고 그렇게 브리핑해서 김무성 발언 왜곡된 게 아니냐"
그래선지 정치권에선 당청간의 ‘소통’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의 ‘화해’를 꾀했던 이번 회동이 이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인해 오히려 ‘불통’과 ‘불신’의 자리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음모론’까지 나온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변인의 발표에 대해 음모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이 대변인이 전달한 발언만 보면, 우리가 자리에 대해 구걸하는 것 같이 됐다. 풀 텍스트를 보면 (김 의원은) 잘해보자고 했고, 이 대통령도 ‘옳은 소리했다’며 만족했다. 할 소리를 한 것인데, 다 묵살하고 그렇게 브리핑해서 왜곡된 게 아니냐”고 개탄했다.
한 초선 의원도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보진 않지만, 이 대변인이 언론인 출신으로 ‘워딩’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왜 그런 발표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뒤 “자칫 이번 브리핑이 계파간 갈등이 재현되는 불씨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청와대와 내각에 당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당청간의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계파간의 화합이 이뤄질수록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생각이 많을 것”이라며 “이 대변인도 솔직히 당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당내 친이(친이명박)계도 이 대변인과의 관계가 원만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친이재오 계에선 지난해 연말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있는 인물이 이 대변인이라는 불만이 부글부글 끓기도 했다. 당시 친이재오계의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친이계 주변에선 이 대변인을 가리켜 “호가호위형 인물”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앞서 지난 30일 오전 이 대변인은 행안부 장관 인선과 관련해 “정치인 입각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4시간여 후엔 박희태 대표가 한나라당 이달곤 의원의 장관 내정소식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 대변인은 “특정인물의 거론으로 혼선이 계속돼 그렇게 말한 것”, “내가 오버했다”, “(이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이지만 전문가 성격이 강하다” 등의 해명을 했지만, 정치권에선 보안상의 문제인지, 이 대변인이 정말 몰랐던 문제인지 논란이 됐었다.
한편, 이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봄이 오고 해빙이 올 때 얼음이 한꺼번에 녹느냐. 녹는 과정에서 살얼음이 약간 남아있고 그런 것”이라며 “(나는) 녹는 것에 방점을 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녹는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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