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포비아에 탄핵정국 도래로 2300선도 붕괴
하반기 하락률 14%...21개국 중 20위로 최하위권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복합적인 악재로 투자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2400선 아래에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증시는 상반기만 해도 밸류업 프로그램 등의 기대감으로 상승했으나 하반기 들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 기간 성적이 주요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된 8월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와 미국 트럼프 재집권 우려에 대한 11월 트럼프 포비아(공포증)를 거쳐 12월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폐장일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399.49로 거래를 마치면서 지난해 말(2655.28)보다 255.79포인트(9.6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스피는 상승으로 돌아선 뒤 1년 만에 10% 가까이 하락하면서 2300대로 내려왔다. 연간 코스피 종가는 2021년 2977(3.6%), 2022년 2236(-24.9%), 2023년 2655(18.73%)였다.
올해 코스피는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및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상승하면서 지난 7월 11일 연고점(2891)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올해 코스피 등락률은 상반기 5.4%로 주요 21개국(G20 및 대만) 중 12위를 차지하며 중간 수준을 유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4조100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8월 이후 경기침체 우려와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 및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코스피는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9일에는 연저점(2361)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근 대통령에 이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됐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148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이에 하반기 기준 코스피 하락률은 마이너스(-) 14%로 주요 21개국 중 전체 20위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외국인도 8월 마지막 주 이후 역대 최장인 18주 연속 순매도 기록을 세우면서 연말까지 코스피시장에서 22조8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보유 비중도 지난해 32.9%에서 32.4%로 낮아졌다.
업종별로 보면 코스피시장에선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운송장비·부품(20.2%), 금융(18.4%), 통신(14.9%)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 경기 부진과 반도체 업황 우려 등으로 화학(-34.7%), 섬유·의류(-27.3%) 및 전기·전자(-22.8%) 업종은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코스피 내에서 영향력이 큰 전기·전자 업종의 시가총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 시가총액도 줄어들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963조원으로 작년 말(2126조원) 대비 163조원(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기·전자 업종의 시가총액이 올해 683조원으로 전년(878조원) 대비 22.2% 줄었다.
올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대형주 거래량 증가에 따라 10조7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9조6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11.9%) 늘었다.
반면 소형주 거래량이 대폭 줄면서 일평균 거래량은 4억9000만주로 지난해(5억4000만주)보다 5000만주(-9.5%) 감소했다.
성장주 위주인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보다 하락폭이 더 두드러졌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678.19로 마감해 작년 말(886.57) 대비 208.38포인트(23.50%) 하락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도 340조원으로 지난해(432조원)보다 92조원(21.2%)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일반서비스(13.05%), 제약(11.68%) 등 2개 업종만 오르며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나타냈다. 섬유·의류(-51.30%), 전기·전자(-49.31%), 금융(-43.62%), 기계·장비(-38.97%), 기타제조(-34.88%)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4000억원으로 작년(10조원) 대비 16.3% 줄었고 거래량도 9억7000만주로 전년(11억2000만주)보다 13.5% 감소했다.
공모 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보합세를 기록했다. 올해 코스피 시장 신규 상장 종목은 11개로 전년보다 1개 늘었고 공모금액은 1조3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코스닥 시장은 신규 상장 종목 128개로 전년(132개사) 대비 소폭 줄었으며 공모금액은 2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