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탄핵 등 불확실성 가중
해외 공장·판로 확대 총력
CJ제일제당, 유럽·호주 공략
농심·삼양식품, 라면공장 신설
내수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식품기업들이 새해에도 해외 시장 공략의 고삐를 더 죈다. 환율 상승과 탄핵정국 등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각국에서 ‘K푸드’ 수요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해 해외에서 더욱 많은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이 미국 텍사스 주에 제빵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 SPC그룹이 미국에 짓는 첫 공장이다. 지난 2일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주 존슨 카운티에 있는 벌리슨시(市)에 공장 후보지를 정하고 지방 정부와 투자 계획 등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텍사스 공장에는 약 1억6000만 달러가 투자되며 규모는 토지 넓이 약 15만㎡(4만5000평)로 SPC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 시설이 될 전망이다. 텍사스에 공장이 들어서면 SPC그룹은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향후 진출 예정인 중남미 지역까지 생산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 매장 확대에도 긍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는 해외 14국에 6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이 중 200여 개가 미국과 캐나다에 있다. 파리바게뜨는 2030년까지 북미 지역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유럽, 오세아니아 등 신성장지역에서 사업을 키우고 미국에서는 시장 지위를 강화한다는 사업 전략을 내놨다. 유럽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하는 주요 지역으로 꼽히고, 미국은 해외 식품사업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 수요에 대응해 자회사인 슈완스를 통해 사우스다코타에 2027년을 목표로 신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에도 헝가리에 공장을 짓고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는 한편, 헝가리를 거점으로 인근 중·동부 유럽과 발칸반도 지역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새롭게 해외 진출 계획을 세운 기업도 있다.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F&B는 올해 1650억원을 투자해 충북 진천 등지에 냉동·냉장식품과 유가공 음료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가정간편식 사업 확대와 해외 시장 공략 강화를 염두에 두고 대규모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섰다.
동원F&B는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등 다른 식품사에 비해 내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해외에서 올린 매출은 1168억원으로 전체 매출(4조3608억원)의 2.7%에 그쳤다. 이에 지난해 부터 즉석밥과 소스류, 김 등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신규 냉동·냉장식품 공장은 햄과 김치 등을 주로 생산하는 진천공장 인근에 들어선다. 유가공 음료 공장 부지는 추후 공개하기로 했다. 간편식을 중심으로 한 냉동·냉장 등 제품 수요 증가와 향후 해외 시장 진출까지 고려해 선제적으로 생산 능력 확충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면업계 역시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삼양식품은 올해 5월 경남 밀양시에 밀양 제2공장을 완공하고 해외 수출을 위한 불닭볶음면 생산을 확대한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제2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국내 연간 면류 생산능력은 기존 18억 개에서 24억 개까지 늘어난다.
삼양식품은 이를 바탕으로 상승세에 있는 불닭볶음면 수출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하는 등 고환율 상황도 수출 중심 수익 구조에 유리한 조건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 가운데 78%에 달한다.
농심도 올해 유럽 법인을 세우고 해외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뒤 11월 미국 등으로 수출을 시작한 신라면 툼바도 각국으로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11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0% 증가했다.
이 밖에도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bhc치킨은 올 한 해 현재 7개국 27개인 매장 수를 10개국 58곳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에 1호점 매장을 낸 이디야커피도 2029년까지 현지 가맹점을 200곳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한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올해도 식품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K콘텐츠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환율 상승 등 악재 역시 외화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이 커짐에 따라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