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강경 목소리와 '거리두기'
조기 대선 가능성도 염두에 둔 행보
결국 '법치주의'가 핵심 전략 돼야
당의 방향성을 두고 국민의힘이 딜레마에 빠졌다. '계엄옹호당'이라는 이미지를 경계하면서도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확실히 견제할 방책 마련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 혐의'를 철회한 것을 두고 역공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당 지도부는 최대한 '신중 모드'를 유지하며 온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장외집회를 주장하는 일부 강성 목소리 속에서도 지도부는 '말' 차원의 대응에만 함께할 뿐 적극적 행동에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실제 6일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에 항의하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였지만, 당 지도부는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집회에 참석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및 윤 대통령과 교감을 나눈 적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화한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다"며 "당 지도부에서 우리 의원들에게 (한남동 관저 앞으로 나가라고) 요청한 바 없고, 개별 의원들이 자신의 판단으로 이 자리에 함께했다"고 답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지침을 주거나 한 것은 없다"면서 "자발적으로 간 것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지도부가 보고 받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도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에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계엄 옹호' 낙인까지 찍히면 재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엄옹호당·친윤(親윤석열)당이 아닌,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이재명의 집권을 막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윤석열 대통령과 완전 거리를 둘 수도 없는 처지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조기 대선으로의 판 전환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등 형법 위반 부분을 철회하기로 했는데, 일각에선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증인과 증거가 필요한 만큼, 시간 단축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완전 거리를 두고 움직일 경우 이 대표의 전략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 여권의 딜레마는 깊어지고 있다.
이에 '계엄옹호당'이라는 이미지를 철저히 경계하면서도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이재명 대표를 확실히 견제할 전략 강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치주의 정신에 기반해 이번 탄핵 정국에 대응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계엄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법부의 판단에 맡긴다는 기조로 가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맡겼으면 결과를 지켜보고 대통령 한 사람이 움직이는 나라도 아니고 국회 다수당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도 아닌 법과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모든 일이 풀린다"고 조언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집권여당인 만큼 제도권 안에서 해결해야지 장외집회 등으로 행동이 쏠려선 안 된다. 장외에 가서 일종의 극우의 바다로 빠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최상목 대행이 잘 안착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가급적 메시지는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되 헌재가 최대한 중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동시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전방위적 여론전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조기 대선 등을 치를 수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의원처럼 여권 전체에 당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외롭지만 올곧은 목소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당의 힘을 얻을 때 국민의힘이 당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와 같이 가는 것 그 자체가 이재명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