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들 만나 종북좌파 언급하며
"2년 반 임기 더 해서 뭐하겠느냐"
체포 직전 "아내와 토리 봐야겠다"
청년들 향해 메시지 발신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신분을 지닌 채 체포당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조를 맞이한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마지막 1시간 30분' 동안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접견하는 한편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반려견 토리를 챙기는 등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수처로 이동하기 앞서 관저로 여당 의원들을 불러 면담을 가졌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은 이날 새벽 관저 앞에 집결해 공수처 영장집행이 부당하다는 항의를 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들 여당 의원들을 관저로 불러들여, 공수처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 1시간 30분가량 면담을 이어갔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의원들 앞에서 "이런 상황에서 (남은) 2년 반 임기를 더해서 뭣하겠느냐" "종북 좌파들 때문에 사회 곳곳이 많이 무너졌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를 겨냥해선 "수사, 영장 청구와 집행 과정 모든 게 불법"이라며 "불법 수사에 굴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다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응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영장 집행에 응하기 직전 촬영해 직후 공개된 육성영상에서도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면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윤 대통령 변호인단 등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는 면담 초반 잠시 동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차량 탑승 직전 "아내(김건희 여사)와 토리(반려견)를 만나고 가겠다"며 10분가량 방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관저를 찾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추운 날씨에 나 때문에 고생이 너무 많다"며 "미안하다. 당과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당부 메시지도 전했다고 한다.
권영진 의원은 윤 대통령을 만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전날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한다.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고 전했다.
김 여사와 관련해선 "안됐더라. (얼굴을) 봤는데, 얼굴이 형편없더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년'을 여러 차례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관저 앞에서 개최되는 '탄핵 반대 집회'에 2030 청년 세대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유튜브 등을 통해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관저 앞 집회에 청년들이 많이 참석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래도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윤 대통령은 육성영상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봤다"며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