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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은행권 부당대출 4000억 육박…먹통된 내부통제


입력 2025.02.04 10:00 수정 2025.02.04 10:14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현장검사 결과 3875억 확인…전년比 3배↑

은행 직원-브로커 유착…금품 수수까지

온정적 문화에 부실 대응까지…고객 보호 소홀

5대 은행 사옥 전경. ⓒ 각 사

지난해 은행권에서 약 400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직원과 브로커간 유착 관계로 금품을 수수한 사례도 등장했다. 온정적 문화에 부실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금융지주·은행을 현장검사한 결과 총 387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 금융권에서 총 111건, 2598억원의 금융사고가 보고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0건·1210억원) 대비 건수·금액이 모두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평균 사고금액은 23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억4000만원) 대비 2배가량 증가하는 등 금융사고 금액이 대형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사고금액은 은행 1418억원(54.6%)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소금융 951억원(36.6%)으로 집계됐다. 사고건수는 중소금융 46건(41.4%), 은행 44건(39.6%) 순이었다.


브로커 또는 직원간 공모 등 금융사고가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금융사고 규모가 증가한 것은 물론, 건당 평균 사고금액도 급증하는 등 금융사고가 대형화되고 있다.


금융사 임직원이 단기성과를 위해 브로커 및 다른 임직원과 공모해 대출서류를 조작하고 전결권을 임의 변경하는 등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내부통제를 무력화한 사례가 확인됐다.


금감원은 금융사가 중장기적인 경영전략이나 합리적 성과평가 체계를 기반으로 고객 ▲자산관리 ▲자산운용 ▲포용금융 등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임직원이 단기성과에 치중하도록 핵심성과지표(KPI) 등을 설계해 여신 취급, 펀드 판매 등 기본 업무영역에서조차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재임기간 중 자회사 인수나 해외 진출 등 외형 확대 중심의 과도한 경영목표를 임직원에게 제시하고 임직원은 무리한 목표 달성에 매몰돼 건전성·리스크관리, 이사회 절차 등 내부 견제장치를 경시하는 문화가 조성됐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부당 대출 규모와 방식 다양…부실 대응 정황도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통해 3875억원 규모, 482건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 우리은행은 정기검사를 통해 기존에 확인된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350억원 이외에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을 추가 적발(총 730억원)했다. 730억원 중 451억원(61.8%)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


전체 부당대출 730억원 중 338억원(46.3%)이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적발된 350억원 중 대부분(84.6%)이 부실화된 점을 미루어 볼 때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되고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며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봤다.


우리은행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를 소홀히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했고, 이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했다.


KB국민은행은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에 조력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부당대출 892억원을 취급하고, 일부 대출에 대해 금품 및 향응을 받은 정황을 확인됐다.


또한 대출 취급 시 징구한 임대차계약서가 허위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는데도 추가적인 확인절차 없이 시설자금대출을 취급하거나 여신서류를 직접 위·변조하는 방법으로 가계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한 사실을 파악했다.


NH농협은행은 지점장 및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취급했다.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을 확인했다.


또한 시설자금 대출금을 시설공여자가 아닌 브로커・차주 계좌로 지급하거나 운전자금 대출 취급 후 대출금 사용내역표를 점검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를 소홀히해 총 226억원의 대출금이 용도외로 유용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은행들은 파생상품을 이용한 손익 조작에도 가담했다. 우리은행은 파생상품 딜러(프런트)는 홍콩H지수 급락으로 파생장부상 손실이 확대되자 내부 손실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평가데이터 입력값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방법으로 손실 누적액 약 1000억원을 2년 이상 숨긴 혐의가 있으며 리스크부서(미들)는 딜러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평가데이터를 적절한 검증 절차 없이 사용하도록 방치해 해당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은행 전산 개발·구축·운영 업무 대부분을 외주화하고 IT인력 대부분이 본점과 이격 근무하거나 상당수가 계열사에 파견・겸직 형태로 근무함에 따라 사업부서 IT개발 요청사항을 분석해 IT개발 요건을 정의·지원하는 업무도 이관했다.


여신관리, 신용정보보호 등 영업행위 관련 전산시스템 전반이 부실하거나 계열사에 의뢰해 개발한 전산시스템 설계 오류를 뒤늦게 발견한 사례도 확인됐다.


또한 은행권은 온정적 문화 등으로 금융사고를 부실하게 대응했다.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시킨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관련 안내문 모습.ⓒ연합뉴스
금융사고 미보고 다수 확인...인사 공정성 저해 사례도

징계 예정자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 포상·승진을 시행함으로써 인사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징계 효과가 면탈된 사례도 있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금융사고 예방·보고 체계가 미흡하고 경직된 조직문화로 내부고발 제도 등이 활성화되지 않아 금융사고를 발견하고도 금융당국에 미보고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개별 영업점 전결여신에서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영업점에 대한 내부감사 주기를 3년으로 운영하고, 감사기간도 짧아(3~4영업일) 심도 있는 감사업무 수행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은행의 여신 이상징후를 적발하는 시스템에 금융사고 정보가 적시에 반영되지 않아 과거 발생한 사례 위주로 사고 위험분석이 이루어져 사고 조기 탐지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 금융지주들은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비중이 높은 계열 신탁사에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자본비율 산출 시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 준수 소홀히 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고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러한 중요사항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해외 자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결정시 송금일 당일 아침에 이사회에 자금 송금 필요성만 우선 보고하여 자금지원을 사실상 선결정했으며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사후적’으로 개최해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상향하고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로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자금 송금 관련 리스크에 대해리스크관리위원회 차원의 검토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은행권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한 계열사 우회지원에도 가담했다. 우리은행은 고위험 부실대출(NPL)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자본금 200억원)에 계열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SPC가 발행한 NPL 후순위채권 등을 담보로 약 3500억원의 대출을 취급했다.


계열사는 해당 대출자금으로 NPL 등을 추가 매입하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순환 구조를 통해 외형을 확대함으로써 그룹 내 신용리스크 및 부실 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은 자회사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자회사의 부실자산을 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SPC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해당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매각대금)에 대해 지급보증 6400억원 및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하는 등 우회적으로 자회사를 지원했다.


이로 인해 자회사의 부실채권 위험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됨에 따라 신용리스크 및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은 2022년 금감원 정기검사 시 은행이 지주의 대주주 특수관계인인 재단에 222억원을 지정기부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목적사업을 우회 지원한 사실이 확인돼 내부통제절차 강화를 지도했다.


하지만 2024년 검사에서도 자회사의 기부금 관련 지주 차원의 통제절차가 미흡하고 대주주 및 계열사 여신을 조기경보 등 여신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재무위험 등 영향 분석 없이 대주주 지원성 사업을 영위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우회적인 대주주 및 계열사 지원 행태가 지속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은행들은 브릿지론, 자회사 간 공동투자 등 고위험 자산 관리·통제에도 미흡했다.


KB국민은행은 자체 신용평가모형상 브릿지론 취급이 제한돼 있었으나 영업부서는 이를 우회해 부동산담보대출로 편법 취급했고 이 과정에서 철거 예정인 건물의 임대료 수입을 상환능력에 반영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브릿지론 9290억원(9건)을 취급했다.


또한 미국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취급 후 대출이 사실상 부실화됐는데도 정상 신용등급으로 평가하고 여신조건을 변경해 기한 연장 및 추가 대출을 실행하는 등 부실 2200억원(1건)을 이연한 사례도 발견됐다.


우리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관리 목적으로 브릿지론 취급을 금지했으나 자회사가 지주와 사전협의를 완료하지 않고 브릿지론(60억원) 취급 후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지주는 자회사가 리스크 조치사항을 미준수한 사실을 이사회・경영진에 보고하지 않고 자회사 제재 및 평가에도 반영하지 않는 등 지주의 리스크 관련 보고 체계 및 자회사 관리 등 업무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단기 실적에 경도돼 부당 영업행위를 자행했다. 다수은행은 연체 발생 시 차주의 자행 예금과 대출을 상계하면서 최저생계비(185만원) 등 민법상 압류금지채권까지 상계 대상에 포함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차주의 타행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하여 타행이 자행 예금 상계를 요청하면 최저생계비를 제외하고 지급한 반면, 자행예금은 제한 없이 상계하는 등 최근 10년간 4만6000명(약 250억원)의 압류금지채권을 부당하게 상계했다.


이들 세 은행들은 홍콩 H지수 ELS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등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판매규제도 위반했다.


우리은행은 증권신고서가 제출·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한 투자설명서를 사용하지 않고 투자자 약 1000명(투자금액 약 2200억원)에게 청약을 권유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


또한 대출성 상품 철회신청 만료일(14일)에 비대면 철회 신청이 불가능하도록 전산시스템을 운영해 '금소법'상 보장된 소비자의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했다.


KB국민은행은 교육 미이수로 인해 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이 없는 직원이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을 투자권유·판매한 사례(23건, 16억6000만원)가 확인되는 등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위반했다.


은행들은 고객정보 보호에서 소홀했다. 우리은행은 고객 개인신용정보 무단조회 의심사례에 대해 법규 준수여부를 점검하지 않거나(약 2만건), 개인신용정보 분리보관 의무를 위반하고 가명정보 접근권한을 구분하여 운영하지 않는 등 '신용정보법'을 위반했다.


NH농협은행도 약 300개 영업점에서 은행이 보유한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해 고객 1만5000명의 사전 동의 없이 영리 목적의 광고성 문자를 2만건 전송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결과 드러난 은행지주 경영·관리상 취약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감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관리 강화, 조직문화 개선을 지속 추진하고 이번 검사결과 확인된 명백한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규 위반은 아니나 정기검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영·내부통제상 취약점을 신속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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