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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볼보 EX30, 흔들리는 차체 속에서 럭셔리가 느껴진 거야


입력 2025.02.07 06:00 수정 2025.02.07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볼보 소형 전기 SUV 'EX30' 시승기

역대급 사양… 기다림 충족시킨 '프리미엄 가성비'

100km 이상 고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차체

'폴스타4 저렴이' 냄새가 솔솔… 브랜드가 경쟁력

볼보 EX30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볼보의 소형 전기 SUV 'EX30'.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디자인만 공개된 채 소문만 무성하던 이 모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프리미엄 브랜드 볼보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간직한 채 전기차 라인업 'EX'의 첫 모델로서의 새로운 존재감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볼보가 뜸들이는 1년 사이 수많은 보급형 전기차가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상황. EX30의 경쟁력을 위해 출시 가격을 1년 전 공개했을 때보다 300만원이나 내리기까지 했다. EX30은 한국인의 볼보 사랑을 이어갈 다음 주자로 적합할까.


볼보 EX30을 직접 시승해봤다. 김해 롯데호텔앤리조트에서부터 카페 그릿비를 찍고 돌아오는 약 110km의 코스로, 고속도로부터 도심과 구불구불한 골목길까지 다양한 도로환경을 달려봤다. 시승모델은 EX30 울트라 트림, 가격은 5183만원이다. 보조금 적용 시 4000만원대 후반대로 예상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351km, 배터리는 지리그룹의 배터리 자회사 '브렘트'사의 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볼보 EX30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앞으로의 볼보는 이렇게 생겼구나." EX30은 볼보의 전기차 라인업인 'EX' 시리즈의 첫 모델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모델이다. 가장 저렴한 하위 모델이자, 가장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볼보의 미래 디자인을 담아내기에는 충분했다.


EX30은 '토르 망치' 헤드램프와 사선 그릴부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한 눈에 봐도 볼보임을 알 수 있게 디자인됐다. 그러면서도 미래의 자동차라는 존재감을 한껏 품어 기존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자아낸다.


헤드램프의 경우 전체적인 모양은 토르 망치를 그대로 옮겨왔지만, 그래픽 사이사이를 분할 시켜 디지털 냄새를 제대로 풍긴다. 작은 차체임에도 헤드램프 크기는 더 커지면서 귀엽다기보단 날렵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낸다.


전기차인 탓에 그릴이 필요없어진 기존 그릴 자리는 사선 형태의 볼보 엠블럼만 자리하고 깔끔하게 비웠다. 볼보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면서 미래적이고 젊은 느낌을 내기에는 충분하지만, 웅장하고 볼드한 느낌을 내던 기존 빗금 무늬 그릴 디자인이 전부 사라지면서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전세대를 아우르던 디자인이 젊은 층에 국한돼버린 느낌이다.


볼보 EX30 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옆으로 돌아서면 앙증맞은 크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곧게 직선으로 뻗은 두줄 캐릭터라인과 뭉툭하게 떨어지는 엉덩이, 흰 차체 색과 대비되는 검정색 루프가 인상적이다. 특히 헤드램프 아래 직각으로 얇게 이어진 블랙 라인이 전면에서보다 더 돋보이는 듯 하다. 뭉툭한 톱니바퀴처럼 생긴 휠도 귀여움을 배가하는 요소다.


볼보 EX30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후면은 전면과 함께 볼보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면서도, 미래적 디자인을 적용했다. ㄷ자를 반대로 뒤집어놓은 듯한 볼보의 '버티컬 리어램프'를 그대로 적용하면서도 양쪽 리어램프를 이어놨다. 차체가 작아 리어램프 만으로도 여백없이 가득 채워진 듯 했다. 리어램프 중앙에 위치한 볼보 레터링은 '작다고 무시하지말라'는 일종의 경고처럼 느껴지기도한다.


볼보 EX30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나 볼보야!'를 온몸으로 외치는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서자 굉장히 낯선 냄새가 풍겨왔다. 그간 볼보 인테리어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황토색 시트가 온데간데 사라졌다. 옵션에서도 선택할 수 없다. 크리스탈 기어노브도 자취를 감췄다. 대리석 바닥을 옮겨놓은 듯한 대시보드 무늬까지. 기존 내연기관 볼보의 따뜻한 실내 감성이 사라지고, 피도 눈물도 없이 차갑게 바뀌었다. 요즘 젊은 층 사이 유행하는 '긱시크', 'CHILL GUY'와 같은 쿨한 감성을 의식이라도 한 것일까.


이런 변화가 싫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윤모 볼보 대표는 EX30을 두고 '앞으로의 10년을 이끌어갈 모델'이라고 했다. 그동안 따뜻하고 묵직한 감성으로 승부를 봤다면, 이제 이미지 변신을 할 때도 됐다. 무릇 전기차는 '미래차 다운' 맛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볼보 EX30 디스플레이. 내연기관에서처럼 세로형을 탑재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변화한 실내 감성만큼 구식처럼 느껴지던 기존 요소들이 '최신의 것'으로 모두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12.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다. 작다 싶기는 했지만 그동안 볼보의 모든 차량이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해왔던 만큼, 이 역시도 기존 볼보 아이덴티티를 계승한 요소다. 대신 화면이 아주 널찍해지면서 필요한 기능이 한눈에 보이도록 똑똑하게 구성됐다. AI 비서 '아리'의 똑부러지는 일처리도 여전히 그대로다.


크리스탈 기어노브가 스티어링 휠 뒤 컬럼식 기어로 대체된 것은 못내 아쉽지만, 아름다움을 내주고 공간을 얻은 것은 나쁘지 않은 거래다. 왜소한 체구 탓에 자칫 좁을 수 있었던 센터콘솔은 컵홀더 2개와 휴대폰 2개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무선 충전패드, 그 아래 수납공간까지 갖추면서 꽤 쓸모있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팔걸이 아래에서 컵홀더를 슬라이딩해 빼내는 방식인 만큼, 팔걸이 수납공간은 내줘야했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최대치로 공간을 확보하려했던 고민이 잘 느껴진다.


173cm 성인 남성 기준 2열 레그룸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1열은 소형 SUV 임이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이 여유롭지만, 2열 공간은 1열에 많은 것을 양보한 대가로 비좁아졌다. 동급 소형 SUV 중에서도 좁은 편인데, 173cm 성인 남성 기준 무릎이 1열 시트에 닿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범인을 태우는 게 아니라면 아이들이나 160cm 이하의 여성이 적당할 듯 하다. 1~2인 가구의 일상용 차로서 적당한 짐을 싣고 다니기엔 충분하다.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지만, 내외관만 둘러봤을 때는 볼보의 프리미엄 감성을 느끼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다. '기아 EV3를 사고 1000만원 아끼겠다'는 말도 주변에서 수군수군 들려오던 참이었다. 특별한 한방이 있어야 했다.

볼보 EX30 ⓒ볼보자동차코리아

가속페달을 밟고난 후, 갸우뚱해하며 옆으로 젖혀지던 고개가 앞으로 끄덕여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감동스러운 점은 소형 SUV에선 구경도 해본 적 없던 '안전 사양'이다. 소형 SUV에서 가격을 생각하며 감내해왔던 아쉬운 안전옵션이 EX30에선 '기본'으로 탑재됐다.


EX30에는 스티어링 휠 뒤에 작은 검은색 박스가 탑재돼있는데, 운전자를 감지하는 카메라다. 운전 중 얼굴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피로도를 파악해 '쉬어가라'고 경고해준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정면을 보라고 혼내기도 하는데, 눈을 조금만 느리게 깜빡이면 경고를 하는 통에 모범 답안과 같은 운전 자세를 선보일 수 밖에 없었다. 볼보에 따라붙는 '안전' 수식어는 괜히 생겨난 게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스티어링 휠 뒤 위치한 카메라. 운전자의 피로도를 감지할 때 빨간색으로 점이 표시되고, 전면을 주시하지 않으면 경고한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모회사인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플랫폼 'SEA'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첫 볼보의 모델이지만, 같은 모회사를 둔 폴스타와 상당부분 닮아있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폴스타4' 모델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 피로도 감지 카메라부터 유리로 덮인 천장, 디스플레이 속에서 사이드미러와 회생제동 등을 설정해야한다는 점 등 많은 요소가 동일하다.


스티어링 휠에 박힌 볼보 로고가 아니었다면 폴스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폴스타4와 체구나 가격대가 다르지만, 7000만원대의 폴스타4에서 프리미엄을 달고 선보였던 옵션들을 EX30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건 장점인 듯 하다. 지리그룹 내에선 볼보 보다 폴스타가 전기차를 더 먼저 출시했던 만큼, 앞으로 볼보 'EX' 라인업에는 폴스타 딱지가 항상 따라다닐 듯 하다.


또 하나의 볼보를 나타내던 바운스&윌킨스는 EX30에 탑재되지 않았지만, 하만카돈 사운드도 꽤 만족감을 준다. 하만카돈 스피커는 대시보드 가장 안쪽에 긴 사운드바 형태로 자리하는데, 작은 차체 덕에 좁은 내부를 풍부하게 울려준다.


무리없이 부드럽게 뻗어나가면서도 조용한 실내는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증명하는 또 다른 요소다. 정리되지 않은 구불구불한 골목길이나 바닥이 꺼진 도로에서도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도 현저히 작다. 운전 중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걸러내 '안정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췄는데, 내연기관에서나 전기차에서나 볼보다운 주행감이다.


다만 10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선 하위 모델임을 드러내듯 차체가 이리저리 흔들려 아쉬움을 자아냈다. 가속을 무리없이 해내긴 하지만, 차체가 가속을 버텨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속도를 높일 수록 스티어링 휠이 단단히 고정되지 못하고 흔들리거나 돌아가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브랜드 철학에 따라 '고속으로 달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었을까.


볼보 EX30 트렁크 공간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시승을 마치고 나서 확인한 연비는 5.4km/kWh. 딱히 전비를 높이기 위해 신경쓰면서 주행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인증 주행거리는 351km지만, 실제로는 400km 가량 달려낼 수 있을 듯 하다. NCM 배터리를 탑재한 덕에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 현상도 덜하다.


올해 보급형 전기차가 쏟아질 예정인 가운데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로는 첫 출사표를 내건 EX30. '볼보'라는 브랜드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정이 전기차로 이어질 수 있는 지를 묻는다면, 조심스럽게 'YES'를 말하고 싶다. 내연기관 모델과는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볼보를 타고 있다'는 만족감은 EX30에서도 여전했다.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음에도 출시가격 인하를 결정한 과감함과, 하위 모델임에도 '안전'이라는 수식어를 지켜가려는 노력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앞으로의 10년도 잘 부탁한다'는 메세지가 아닐까.


▲타깃

-1~2인 가구의 맞춤형 일상 전기차

-소형이지만 프리미엄 챙기고 싶은 멋쟁이


▲주의할 점

-실속을 따지기 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봐야한다

-수면 위로 드러난 지리그룹 감성

-맘에 안 드는 친구를 뒷자리에 태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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