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초콜릿 가격 들썩
캐릭터·에코백·쿠션 등 실속형 상품 확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초콜릿의 주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밸런타인데이 소비특수를 앞둔 유통업계의 수익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 유통 채널들은 초콜릿을 줄이는 반면 캐릭터·에코백·쿠션 등을 넣어 실속형 상품을 만드는데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초콜릿의 주 원료인 코코아의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18일 톤당 1만2565달러(약 1819만원)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1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코코아는 지난 수십 년간 톤당 2000달러대의 시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는데, 5~6배 수준으로 가격이 뛰었다.
코코아 가격이 이처럼 급등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 때문이다.
전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국들이 지난해 심각한 가뭄을 겪으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원·달러 환율도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오른 상황에서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여파로 초콜릿 가격은 상승 중이다. 밸런타인 초콜릿의 대명사 ‘페레로 로쉐’(로쉐)의 가격(3구 정가 기준)은 지난해 2700원에서 올해 3000원으로 올랐다. 1알에 1000원 꼴이다. 페레로 로쉐의 가격은 2년 새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초콜릿케이크로 유명한 고디바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일부 케이크 제품 중량을 30% 넘게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회사는 “1월 부로 ‘초콜릿레이어케이크’의 중량을 기존 540g에서 370g으로 조정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초코 과자 역시 가격에 요동치는 모양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5월과 이달 연달아 초콜릿 과자의 가격을 올렸다. 초코 빼빼로는 지난해 5월 이전과 비교하면 총 300원 올라 2000원이 됐다. 크런키는 500원 뛰어 1700원이 됐다.
상황이 이렇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선물을 줄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밸런타인데이에는 삼삼오오 초콜릿 과자를 돌려 먹는 풍습이 있었지만, 올해는 반드시 필요한 선물만 하고 지출을 아끼겠다는 것이다.
직장인 A(30대)씨는 “과거엔 반드시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밸런타인데이 같은 날이 찾아오면 회사에 초콜릿이나 사탕 등을 돌리며 나눠 먹는 문화가 있었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이런 문화도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며 “지출 부담으로 올해는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통 채널과 달리 편의점 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 특수 잡기에 한창이다. 올해 키워드도 지난해에 이어 ‘협업’과 ‘한정판’으로 축약된다. 각 업체들은 저마다 ‘차별화 상품’으로 고객몰이에 나섰다.
주요 업체들은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초콜릿과 어울리는 주류, 컬래버레이션 기획 상품을 내놓았다.
CU는 MZ세대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는 에버랜드 ‘뿌직이&빠직이’와 손을 잡았고, GS25는 애니매이션과 협업을 통한 상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편의점 점주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발렌타인데이엔 초콜릿을 선물한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해 다양한 기획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경제 불황과 맞물려 선물은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문화가 일부분 영향을 미쳤다.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만인의 기념일이 평일인 날은 주말 대비 매출이 크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오피스 상권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라며 “골목상권에서는 막대과자 등이 특별히 많이 팔리지도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