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이어 따뜻한 로코로 돌아온 이나은 작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 ‘연애미수’ 등 청춘들의 풋풋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웹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나던 이나은 작가는 지난 2022년,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멜로무비’로 ‘로맨스 마니아’들을 설레게 했다.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돼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작품으로, 이번에도 아직은 ‘서툰’ 청춘들이 일하고, 사랑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 “서툴러도 괜찮아”…이나은 작가가 전하는 응원과 위로
2016년 네이버TV,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20대 청춘들의 연애를 제목 그대로 전지적 시점으로 전개해 나가며 익숙한 듯 색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작은 것 하나에 설레하는 ‘짝사랑’ 감성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었다. 이 작가가 실제 경험담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녹여낸 작품으로, 그만큼 리얼하고 누구나 공감할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겼었다.
‘그해 우리는’에서는 ‘다큐멘터리’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청춘들의 일상을 포착했다. 고등학생 시절,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연인이 된 국연수(김다미 분), 최웅(최우식 분) 커플이, 헤어진 지 5년이 지난 후 근황 다큐멘터리를 다시 찍으며 관계를 회복하는 작품.
두 사람이 ‘다큐’를 통해 얽히는 과정이 자연스러웠으며, 이 과정에서 고등학생 시절의 풋풋한 사랑부터 진지하지만 깊어진 어른 멜로까지. 다채로운 재미를 담아내며 평범한 로코 그 이상의 재미를 보여줬었다.
두 사람이 헤어진 배경에는 김다미의 어려운 환경이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했는데, 이렇듯 ‘현실적인’ 문제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내며 공감을 배가한 것도 이 작가의 강점이었다.
‘멜로무비’는 영화를 매개로 청춘들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에 푹 빠져 살던 고겸(최우식 분)이 까칠한 영화감독 지망생 김무비(박보영 분)와 사랑에 빠지고, 이후 고겸이 갑자기 떠나며 이별하지만 우연히 다시 만나 관계를 이어나간다.
‘재회 로맨스’라는 점에선 ‘그해 우리는’과 유사하지만 ‘멜로무비’는 어른들의 연애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상대방을 사랑하지만, 내 꿈도 이루고 싶은 청춘이 함께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일과 사랑을 모두 쟁취하는 과정이 풋풋함보다는 현실적으로 그려졌던 것.
고겸의 평론도, 김무비의 영화도 마냥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함께’ 상처를 극복하며 나아가는 고겸과 김무비의 여정은,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희망적이었다.
영화를 통해 두 사람의 인연을 색다르게 풀어나가는 이 작가의 재치는 여전했으며, 특유의 ‘따뜻한’ 메시지도 이 작품의 호평의 요인이 됐다. 이 작가의 다음 청춘들은 또 어떤 공감과 위로를 선사할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