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풀고 금리 인하…대출 수요 회복, 집값도 상승세
정부, 강남4구·마용성 등 주요 지역 시장 모니터링 강화
“다주택자 규제 풀지 않고 집값 해결 못 해…양극화 심화”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기준금리 인하 및 대출이자 부담 완화 등이 겹치면서 억눌려 있던 대출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한 달 전보다 5조원 가량 치솟는 등 가계부채가 불어나면서 집값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5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과 진현환 국토부 1차관 공동 주재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등 관계 부처 및 기관들이 참석한 ‘제 12차 부동산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날 회의에서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이 이뤄졌는데 이는 서울시가 지난달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고 이들 지역 집값이 들썩이면서다.
특히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지역에는 단기간 매수세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규제가 풀리고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이자 부담 완화 등이 맞물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대출도 한 달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5조7519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931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같은 기준 583조3607억원으로 한 달 전 대비 3조3835억원 늘었다.
금융권에선 지난달 이들 5대 은행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이 한 달 전보다 5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한다. 1월께 9000억원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반등 추세가 가파른 셈이다.
정부는 국지적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주택시장 상황과 가계부채 추이를 철저히 모니터링한단 방침이다.
강남4구와 마용성 등 주요 지역은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합동 현장점검도 벌이기로 했다.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부동산 투기나 교란 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한단 계획이다.
집값 띄우기 목적의 허위신고와 자금조달계획서 허위 제출 등을 막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6월까지 서울지역 주택 이상 거래에 대한 집중조사도 진행한다. 불법 행위 정황이 확인되면 국세청·금융위·지자체에 통보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추가적인 규제 강화는 이번 논의에서 제외됐다. 당초 시장에선 다주택자의 신규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제한이나 갭 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조건부 전세 대출 시행 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강남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규제가 온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대출 규제도 시행하고 있다”며 “토허제 영향이 일부 있겠지만 그렇다고 다시 토허제로 묶는다 한들 집값은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차피 돈 있는 수요자들은 강남과 마용성으로 몰리니 규제를 강화하면 외곽지역만 더 죽는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서 ‘똘똘한 한 채’를 사기 위해 서울 강남 중심으로 몰려드는 수요를 분산시켜야 하는데 민주당이 버티는 한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일부 투기 세력이 교란행위를 해서 집값이 오르면 단속이라고 하겠지만 지금은 수요자들이 지방, 경기·인천에 집을 팔고 서울에 집 한 채를 마련하려고 한다. 정부의 논리에 허점이 생겨버린 것”이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으로 돈이 분산되도록 해야 미분양 문제 등 연결된 문제들이 모두 풀어질 것”이라며 “지금처럼 대책 한두 개, 규제지역 지정·해제 등 찔끔찔끔 대책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