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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제조업, 이러다 다 죽어②] 슈퍼 사이클에도 불안한 K조선


입력 2025.03.07 06:00 수정 2025.03.07 08:0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LNG 운반선·군함 발주 기대 커졌지만 변수 산적

중국 후판 반덤핑 관세에 조선업 원가 부담 가중

‘저가’로 큰 中 조선업,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넘봐

초호황기 이어갈까...정부 지원·경쟁력 유지 관건

울산HD현대중공업 전경 ⓒHD현대중공업

한국 경제의 핵심인 제조업이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트럼프 충격파와 중국의 약진,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부 주도의 정책 동력이 약화되면서 5대 제조업(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이 세계 선두권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국내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의 위기는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주>


국내 조선업이 초대형 선박 수주 증가로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고부가가치 선박 사업 확대, 정부의 후판 반덤핑 관세 부과가 겹치면서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에서 앞서온 한국 조선업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방산 시장 확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고비용 구조와 중국의 빠른 추격 속에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LNG 운반선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상황이다. LNG 운반선은 한 척당 2억6000만 달러(약 3752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한국 조선업체들은 전 세계 LNG 운반선 시장에서 6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해군력 강화 기조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군함 증강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고 있고 LNG 추진 군함 발주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방산 조선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운반선인 SK해운사의 ‘레브레사(LEBRETHAH)’호 운항 모습.ⓒ한화오션

하지만 대규모 수주 기회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가 최근 중국산 후판(두께 6㎜ 이상 제품)에 대해 27.91~38.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는 국내 철강업체 보호를 위한 조치지만 후판을 대량 사용하는 조선업체들에는 추가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조선업체들에게 후판은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필수 원자재다. 특히 중소형 조선사의 경우 중국산 후판 의존도가 50%를 넘어 원가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이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 철강 기업과의 가격 협상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중국산 후판 수입 축소로 원가율 1% 상승이 우려되며 대형사보다는 중소형 조선사에 더 큰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철강업과 조선업의 균형 있는 성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는 중국 조선업체들이 단순한 저가 공세를 넘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넘보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범용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경쟁을 벌였지만 최근에는 LNG 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며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력까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며 “지금처럼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자력으로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삼성중공업

영국 선박 가치 평가 기관 배슬스밸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체들의 LNG선 수주 점유율은 2021년 87%에서 지난해 62%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41척을 수주하며 점유율을 38%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조선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기술력을 축적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70.6%에 달했으며 한국(16.7%)과 일본(4.9%)을 크게 앞섰다.


이러한 흐름은 기술력 격차가 점차 줄어들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강점이었던 LNG 운반선 시장에서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슈퍼 사이클을 맞아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1조4341억원), 삼성중공업(5027억원), 한화오션(2379억원) 등 대형 조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조선업 특성상 수주가 수익으로 전환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후판 가격 상승과 중국 조선업의 기술 추격이 가시화될 경우 현재의 수주 호황이 기대만큼의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글로벌 선박 발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조선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25.7% 줄어든 4930만CGT(표준화된 선박 크기 단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올해 신조 발주량이 전년 대비 28.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신규 선박 발주가 줄어든다면 기술력 확보 여력이 부족해져 중국 업체들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대형 조선사는 고부가가치 특수선과 해양 플랜트의 기술력 격차를 더욱 공고히 하고 중·소 조선사는 범용상선의 제작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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