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기주주총회서 사업 관련 설명
"캐즘·아이폰 영향, 크게 없을 것" 자신
반도체 기판·유리기판 사업도 순조로워
"본격 사업 성과는 내년 이후부터"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정체)와 아이폰 판매 저조로 실적이 다소 주춤한 LG이노텍이 기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변함이 없다는 기조를 강조했다. 비중이 컸던 모바일 쪽 대신 반도체 기판과 전장 분야에서의 사업 성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특히 후발주자로 꼽혔던 FC-BGA 기판은 속도가 붙었고 신사업인 유리 기판도 곧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24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이노텍 본사에서 열린 제49회 정기주주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빅테크향 FC-BGA 기판의 경우 현재 순조롭게 양산을 시작한 상황"이라며 "제일 쉬운 PC쪽 양산을 먼저 시작했고 지금 서버용 인증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FC-BGA는 반도체용 부품사업으로, 지난 2022년 LG이노텍이 본격 뛰어든 분야다. 경쟁사에 비해서는 다소 후발대로 꼽히는 분야지만 회사는 최근 구미4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한 상황이다. 문 대표는 2030년까지 해당 사업을 연매출 3조원대 이상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개발 중인 유리 기판 상용화 시점도 이르면 2027년이 될 것으로 봤다.
유리기판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객사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다. 문 대표는 "유리가 두꺼우면서도 연결 회로(via)가 작아야 좋은 성능을 내는데, 원하는 수준까지는 올라와 있지 않다. 이는 2027~2028년 사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장비들은 10월에 들여올 예정이고 빅테크들과 협력하고 있다. 경쟁사가 진행 중인 유리 인터포저보다는 기판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혁수 대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과 관련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공장은 전장용 부품을 담당하는 곳으로, 올 10월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문 대표는 "생산 사이트가 국내, 인도네시아 등도 있기 때문에 생산 이원화를 요구하는 고객들 요구에 맞춰 이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 사업이 현재 주력으로, 전체 회사 매출의 상당수가 해당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문혁수 대표는 "반도체나 전장 분야는 양산까지 이어지는 호흡이 훨씬 길고, 금방 될 것 같지만 기본 2~3년 정도가 더 걸리는 그런 특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나 자율주행차 사업은 올 4분기 매출이 유의미하게 올라설 것이다.수주는 1년에 4~5조씩 하고 있는데 보통 그 정도 매출 규모가 나오려면 상당한 타임 딜레이가 있다. 내년부터 사업 실적 전체에 회사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경쟁사의 카메라 모듈 공급망 진입에 따른 사업 환경 변화와 관련해선 "수익성이 악화되더라도 점유율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과 기술 격차가 나는 부분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이 일어날 것이고 기술 격차가 거의 나지 않은 모듈은 베트남에서 생산을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전반적으로 국내 전자부품사들은 실적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전장 사업 부진과 아이폰의 전반적인 판매 감소 등 영향이다. 문 대표는 "모터·커넥티비티 부품 등은 전기차뿐 아니라 기존 내연 차량에도 들어가서 영향이 적다"며 "캐즘이라고 하지만, 수요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성장 속도가 늦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연말이나 내년부턴 본궤도에 올라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가 상당히 많았기에 손익분기점이 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리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LG이노텍은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로봇용 부품 등을 미래 먹거리로 꼽고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로봇 파트너사 가운데 절반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문 대표는 "휴머노이드가 실질 사업에 적용되는 건 내년부터"라며 "큰 수량은 아니지만 수천대 규모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혁수 대표는 "LG이노텍은 현재 로봇 분야의 글로벌 리딩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유력 기업과의 구체적인 협력 소식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제49기 재무제표 승인 건과 이사 선임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 등 총 4개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또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