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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넘치고 운임은 뒷걸음…해운업 관세 충격에 ‘진퇴양난’


입력 2025.04.07 11:04 수정 2025.04.07 11:2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SCFI 3분의 1 토막”…관세·수요 위축에 글로벌 운임 급락

노선 확대·사업 다각화…국내 해운사 ‘방어 전략’ 총동원

美 규제 변수 주목…“中 조선업 강력 제재 시 운임 반등”

HMM의 9000TEU급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 ‘HMM그린호’ⓒHM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여파가 해운업계로 번지고 있다. 세계 무역이 위축되며 해상 운임이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공급 과잉과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 정책이 국내 철강, 자동차산업에 이어 해운업까지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기준 1392.78을 기록했다. 이는 1월 첫째 주 2505.17에서 절반 가까이 하락한 수치로 지난해 7월 고점인 3733.8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SCFI는 세계 주요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지수로 해운업계 수익성과 직결된다. 업계는 최근 운임 급락의 배경으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이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감소를 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중국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달 추가 관세 및 오는 9일 상호관세 적용까지 예고하며 무역전쟁을 본격화했다. 한국에도 25%의 관세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감소하고 전체 해상 물동량도 줄고 있는 상황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상호관세와 중국의 보복 조치로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12%가 관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달까지는 예정 선적이 있어 물동량이 즉각적으로 감소하지 않겠으나 하반기로 가면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과잉도 해운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올해 인도 예정인 신규 선박은 전체 선복량의 5~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후 수요 급증기를 겨냥해 발주된 선박들이 시장에 풀리면서 구조적 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선사들은 감속 운항과 결항 확대 등 공급 조절에 나서고 있으나 효과는 제한적이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현대차그룹

이에 국내 해운사들은 노선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계열사와의 밀착 협업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HMM은 지난 2월부터 대서양·인도-유럽 구간에 7년 만에 서비스를 재개했고 이달부터는 아시아-남미동안 항로에컨테이너 서비스를 추가 개설했다. 이와 함께 SK해운의 원유 탱크선·액화석유가스(LPG)선·벌크선 부문 인수를 추진하며 컨테이너 중심에서 웻벌크, 드라이벌크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해상운송(PCC) 부문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와 체결한 5년 장기계약(2025~2029년)을 기반으로 과거 대비 약 2.3배 인상된 수송 단가가 반영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가 PCC 운임에 부정적일 수 있으나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공장(HMGMA)에서 출하되는 반조립제품(CKD) 물량 증가로 일정 부분 상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1분기 비수기와 무역 규제 이슈가 겹치며 시황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3~5월 체결되는 장기운송계약의 기준이 되는 운임 수준이 낮게 형성될 경우 연간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상승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월 발표한 중국 조선업 규제가 예고대로 시행될 경우 컨테이너 운임이 현재 대비 3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PCC 시황 악화가 예상되지만 현대차그룹과의 장기계약 효과가 예고돼 있다”면서 “HMM도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이 전망되나 USTR 중국 조선업 규제가 2월 발표안만큼 강력하게 추진될 경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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