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총 35조원 규모 금융·비금융 지원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세…강달러에 RWA 상승 우려
은행권 "자본비율 규제 완화해 달라"…당국, 규제 완화하나
"지원책 제대로 작동할지도 의문, 은행 부담 커져"
미국이 상호 관세 90일간의 유예를 발표하면서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았지만,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금융권도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모양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우리금융그룹은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기업과 협력사를 위해 총 10조2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했고, 신한금융그룹도 이보다 앞서 10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도 금리 우대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각각 8조원, 6조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해 4대 금융에서 총 3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미국 상호관세 피해 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자금 지원을 당부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만나 "기업 등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시기 바란다"며 "금융이 제 역할을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요구에 금융권이 수출기업 대상 금융지원에 나섰으나, 연체율과 건전성 관리도 동시에 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실제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 대비 0.11%포인트(p) 상승해 상호관세 발표 전부터 부실 위험이 커졌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법인대출 연체율은 0.81%로 2020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연체율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높아지고 있던 기존 연체율과 함께 관세 영향으로 높아질 연체율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위험가중자산(RWA)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관세 정책 여파로 강달러가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은행들의 RWA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RWA로 산출한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이 늘면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하락하게 된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 비율이 0.01~0.03%p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 CET1 비율은 KB금융 13.51%, 신한금융 13.03%, 하나금융 13.13%, 우리금융 12.13%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가 주주환원을 확대할 때 적정 CET1 비율을 11.5%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은행권의 RWA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관세로 피해를 받는 업종에 위험가중치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국내 주요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행장들은 자본비율 규제와 관련 위험가중치를 낮춰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선 은행들에도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하지만 금융권의 고심은 여전히 깊어져만 간다. 수출·협력기업 대상 유동성 공급과 금융지원에 나서는 한편, 건전성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은행 특성상 해야 할 일을 적극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미국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투자계획이나 제대로 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에 지원책이 실제 제대로 작동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지원이라는 게 전부 대출을 의미하는 게 아니지만, 대출 규모를 늘리고 금리를 내려주거나 연장을 해주게 되면 당연히 은행에는 부담이 커진다"며 "더욱이 손실 위험이 큰 기업의 대출 경우 위험가중치가 높게 설정돼 자본비율 지표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