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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충전해 470km… 전기차 사는 사람 늘까? [기자수첩-산업]


입력 2025.04.17 07:00 수정 2025.04.17 07: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中 BYD, 5분 충전으로 470km 가는 기술 공개

테슬라 주가 하락에, 글로벌 충전경쟁 불 붙여

'초초초초급속' 충전, 전기차 보급 당기는 길 맞을까

전기차 구매 인식 전환이 먼저… 진짜 '친환경' 모색해야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에서 중국 자동차 회사 BYD의 듀얼 모드 전기 S6DM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 충전소에서 온보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법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AP=뉴시스

"사용자의 충전 불안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 시간을 가솔린차의 급유 시간만큼 짧게 만드는 목표를 추구해 왔습니다. 단 5분 충전으로 470km를 갈 수 있죠."


왕촨푸 BYD 회장이 약 한 달 전 '슈퍼e-플랫폼'을 공개하면서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말이다. 핵심은 '5분 충전에 470km'. 듣도보도 못한 충전 속도에 테슬라 주가는 즉시 하락했고, 이런 기술이 중국에서 등장했다는 점에 전세계는 다시 한 번 놀랐다. BYD의 주가는 말 그대로 날아올랐다.


중국의 기술 혁신 속도는 BYD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휩쓰는 속도와 비례하는 듯 하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맞는 변화와 충격이 보란듯 BYD 입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BYD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 퍼스트 무버를 자처하던 테슬라의 매출을 작년에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BYD의 5분 충전 기술이 높은 주목을 받은 건, 신차가 쏟아지는 데도 좀처럼 전기차 판매율이 빠르게 높아지지 않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연료비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주차 걱정 없고, 보조금 받아 구매할 수 있고, 세제혜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전기차에 등을 돌리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충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와 충전 업체가 하지 못한 기술을 성공시켰으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쩐지 위험하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문제는 복합적이다. 먼저, 혁신이라고 말하는 BYD의 '초초초급속 충전' 기술을 진짜로 소비자들에게 쥐어줄 수 있느냐다. BYD에 따르면 '슈퍼 E-플랫폼'은 1000V의 고전압과 1000kW의 충전 전력을 제공해 초당 약 2km 속도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상용화된 기술로 30분이 걸리는 충전 시간을 5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BYD는 이 충전 시스템의 상용화를 위해 중국 전역에 '슈퍼 충전소' 4000곳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5분 충전 기술력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상용화 측면에서 의문을 갖게되는 건 BYD가 짓겠다는 슈퍼 충전소에 있다. 통상 집에서 사용하는 50kw의 완속 충전기의 경우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밤새 꼬박 꽂아두어야 충전이 가능하지만, 전력량으로만 따지면 4인 가족 10 가구가 쓸 전기량과 맞먹는다. 6층짜리 건물 하나가 보통 계약 용량으로 쓰고 있는 전력량이 50kw 수준이다.


현재 상용화된 400kw의 초급속 충전기로 치면, 단순 계산하더라도 8배가 늘어나니 대략 48층짜리 건물 하나가 충전소라는 이름으로 떡하니 자리잡게 되는 셈이다. 400kw가 40층짜리 건물이라면 1000kw는 123층짜리 잠실 롯데타워가 충분히 쓸 수 있는 전력량이고, BYD는 잠실 롯데타워 4000개를 굴릴 수 있는 충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한 셈이다. 전기차 사용 인구가 몰려있고, 초급속 충전에 대한 니즈가 가장 높을 수도권 및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 거대한 전력망을 과연 구축해낼 수 있을까.


유지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초급속 충전소는 충전 비용이 완속 대비 비싸기 때문에 주기적인 이용 보다는 출퇴근 시간 또는 명절, 휴가철에 이용객이 반짝 몰리는데, 사용자가 꾸준하지 않더라도 충전소는 24시간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발전량을 준비해야 한다. 전력량을 다 쓰지 못하더라도 이를 전제로 송전망을 확보해야 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5분 안에 충전이 실제로 될 수 있느냐도 지켜봐야할 문제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1000kw의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도 모든 전기차에는 '충전 커브'가 존재한다. 초반 30%까지는 충전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더라도, 어느 구간부터는 충전 속도가 다같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이다. 800V의 전압을 지원하는 포르쉐 타이칸, 현대차 아이오닉5 등 역시도 350kw 초급속 충전기에서 충전량 30%를 넘어서면 충전 속도가 150kw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초급속 충전의 딜레마다.


'전기차 충전 시간을 가솔린차의 급유 시간만큼 짧게 만들겠다'는 BYD의 상상력은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전세계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모든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은 되지 못한다. '남들이 못하는 기술을 해냈다'는 상징은 될 수 있지만, 전세계 모든 자동차 제조사와 충전업계가 반드시 가야하는 길 또한 분명히 아니다.


내연기관 만큼 급유시간을 짧게 만들겠다는, 달콤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말보다 더 먼저 이뤄져야할 것은 결국 인식의 전환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같은 선상에 두고 '언제든 빠르게 충전하라'고 유혹하기 보다는, 전기차는 '밤에 충전하고 낮에 타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꾀해야한다는 의미다.


내연기관보다 높은 경제성을 전기차의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값비싼 초급속 충전 경쟁을 펼치는 지금의 상황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충전 속도가 전기차 보급을 앞당길 수 있는 건지, 진정으로 친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기술을 내세운 기업의 주가만 올려주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인지. 결국 모든 시행착오의 몫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혁신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고 주체인 사용자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며, 대중성을 인정 받을 때 비로소 패러다임이 발생한다. 제조사와 충전업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전기차에 따라붙는 '캐즘'이란 수식어는 영영 떼어낼 수 없을 지 모른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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