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4조4078억원 …역대 1분기 최대 경신
영업이익 3조6336억, 영업이익률 8.2%
美 관세 대응 '총력'… "연간 목표치 수정 없어"
공급망 최적화 및 생산 효율성 극대화 '속도'
현대자동차가 올 1분기(1~3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가운데 짙어진 불확실성 속에서도 연간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2분기부터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예정이지만, 생산 및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내부 역량을 끌어올려 미국 대응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자동차는 24일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매출액 44조4078억원, 영업이익 3조63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9.2%, 2.1% 확대된 수치로 매출의 경우 역대 1분기 사상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은 8.2%를 기록했다.
1분기 호실적은 글로벌 판매대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팔려나간 결과다. 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 대수는 100만11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으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무려 40.4% 늘었다. 하이브리드차는 일반 가솔린 차량 대비 약 500만원 가량 비싸 현대차의 수익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하이브리드와 더불어 승용차 대비 판매 가격이 높은 SUV의 활약 역시 이어졌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기아의 1분기 SUV 판매량은 총 57만6385대로, 전체 판매량의 57.6%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1분기 고수익 차종 중심의 믹스개선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8689억원에 달한다.
고환율 기조는 비싼차 중심으로 판매량을 높인 우호적인 환경에 기름을 부었다. 올 1분기 현대차가 환율로 벌어들인 수익은 2조587억원으로, 물량효과와 고수익차 중심의 믹스개선 효과를 넘어선 일등 공신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차는 "매크로(거시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신흥 시장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 확대 추세로 질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와의 전쟁' 시작했지만… "연간 목표치 달성 문제 없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4월부터 시작된 미국 자동차 관세, 철강 관세로 인한 타격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5월 3일 예정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까지 시행된다면 미국을 최대시장으로 둔 현대차로선 연간 10조원 이상의 수익 하락이 예상된다.
다만, 현대차는 자체적인 미국 관세 대응 전략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지우겠다고 강조했다. 생산 효율성을 높여 원가절감을 극대화하고, 미국 현지 공급망 최적화에 속도를 내는 등 외부 요인에 기대지 않고 내부 역량을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승조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개별기업으로서 수익성 만회 방안에 집중하고자한다. 외부 변수에 의존하지 않고 비용과 공급 등을 효율화하는 등 내부역량을 집중해 만회 방안을 추진함으로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함은 물론 체질개선 모멘텀으로 삼고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만회방안 적극 추진함으로써 지난 1월 발표한 매출액 성장률 3~4%, 영업이익률 7~8%의 가이던스는 달성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여 유지하고자한다"고 말했다.
당장 직접적인 관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완성차 수출 물량의 경우 재고 운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관세 정책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3월까지 3.1개월 분의 재고를 쌓아뒀으며, 부품 역시 최소 3개월 이상 만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 소진으로 버틸 경우 2분기까지는 수익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부사장은 "완성차 및 부품 재고를 비축하기 위해 3월 말까지 최대한 선적을 추진했다. 완성차 기준으로는 3.1개월의 재고를 북미에서 갖고 있으며, 부품은 이보다 더 긴 재고를 갖고 있다"며 "일정 부분의 관세는 재고 비축으로 만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대응을 위해 부품 공급 현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부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지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그간 대부분 멕시코에서 조달해왔기 때문이다. 4월 중순부터는 전사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 관세 대응 전략 TFT도 출범한 상태다.
이 부사장은 "부품 소싱 현지화를 위해 우선순위 리스트를 작성하고, 현지 공급 업체를 발굴하고 있다. 관세정책에 선제적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전문가를 파견해 이미 업체를 발굴하고 있으며 점검 중에 있다"며 "통상 부품 업체 신규 공급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상대적으로 빠른 진행이 가능한 패스트트랙 아이템을 선정해 관세 부담 최소화를 앞당길 예정이다. 신규 공급업체를 통한 물류 최적화 방안도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생산 최적화를 통한 원가절감 역시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투싼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등 생산 차종도 최적화할 예정이다. 또 내년 최근 완공된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생산 능력이 점차 풀가동에 가까워지면서 관세 부담이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 부사장은 "미국 현지 공장 생산 효율을 통한 원가 절감을 위해 알라바마 공장에서는 경쟁사 테어다운을 통한 재료비 절감, 아이디어 발굴, 물류 비용 절감, 물류 최적화 등 기존 사업계획 대비 강화하여 운영할 계획"이라며 "앨라바마의 축적된 원가경쟁력 노하우를 신규 가동된 HMGMA 아메리카로 수평 전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최근 완공돼 안정화 작업 중인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생산 능력이 점차 풀가동에 가까워지면서 관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HMGMA에서 하이브리드 차종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며 미국 내 고수익 차종 수요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당장 3개월 분의 재고를 제외하면 생산 최적화, 공급망 재편 등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가격 인상 가능성 역시 열어뒀다. 오는 6월 2일까지는 가격 동결 정책을 유지하지만, 이후에는 시장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경쟁사 동향을 고려해 가격 및 인센티브 정책을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공급및 판매 최적화를 빠른 시일 내 수립할 것"이라며 "일부는 이미 현재 수립해서 시행중인 아이템도 있다. 가격정책은 6월 2일까지 동결할 것이고, 가격은 시장에서 정한다는 기본 원칙에 입각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