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첼로티 첼시행…이탈리아 떠나 모험의 닻
밀란 떠나 3년 계약, 첫 외국클럽 지휘
선수단 개편 소극적 평가 ´성공 미지수´
소문과 설(說)로만 떠돌던 카를로 안첼로티의 첼시 감독 취임이 현실이 됐다.
첼시가 시즌이 끝나고 임시로 팀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떠나기가 무섭게 안첼로티 감독을 전격 영입했다.
첼시 구단은 1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www.chelseafc.com)를 통해 지난 2001년부터 올 시즌까지 AC 밀란을 이끌던 이탈리아 출신의 안첼로티 감독과 3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2012년 6월 30일까지다.
선수 시절 미드필더로서 활약했던 안첼로티 감독은 그야말로 AC 밀란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였다.
파르마와 AS 로마를 거쳐 지난 1987년부터 1992년까지 AC 밀란에서 뛰고 은퇴한 안첼로티 감독은 레지나, 파르마, 유벤투스를 거쳐 지난 2001년부터 AC 밀란의 지휘봉을 잡아왔다.
지난 2003-04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가 하면 2002-03시즌과 2006-07시즌 등 두 차례에 걸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2003년과 2007년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UEFA 슈퍼컵에 출전해 모두 승리했다. 지난 2007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UEFA 챔피언스리그, UEFA 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2007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빡빡한 일정에 2007-08 세리에A 정규리그서 5위에 머물면서 AC 밀란을 맡은 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 시즌에도 라이벌 인터 밀란과 유벤투스에 이어 정규리그 3위에 그치며 명예회복에 실패했고, UEFA컵에서 32강전에서 주저앉았고 코파 이탈리아(이탈리아 FA컵) 역시 16강에서 탈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호나우지뉴, 데이빗 베컴 등 왕년의 특급 스타들을 영입하면서 선수단 전력 강화를 꾀했지만, 30대 선수들을 대거 데려오면서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들어야했다.
이 때문에 안첼로티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 일정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사퇴했고 그동안 첼시 감독 취임설을 사실로 입증시켰다.
무엇보다도 첼시가 안첼로티 감독을 영입한 이유는 AC 밀란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했다는 이력이 작용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도 중요하지만 구단 역사상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했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최우선 과제와 목표로 삼고 있다.
과거 FC 포르투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주제 무리뉴 감독을 영입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작용했다. 결국 안첼로티 감독 선택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안첼로티 감독을 잘 아는 이탈리아 전문가들은 첼시가 과연 옳은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AC 밀란에서 세대교체에 실패했고 경험 많은 노장급들을 대거 기용하는 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선수단 변화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안첼로티 감독은 선수는 물론 지도자 생활 역시 단 한 번도 이탈리아를 떠난 적이 없어 그의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도전에 의문부호를 그리고 있다. [데일리안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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