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맞아 15일 출간될 자신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열린당 분당 당시 정 전 의장의 행보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문 이사장은 “(열린당 분당 당시) 대통령과 열린당을 만드는데 앞장섰던 핵심의 사람들이 더 심하게 했다. 대통령으로선 인간적으로 굉장히 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상처가 더 깊었다”며 “특히 대통령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정 전 의장의 행보는 그 분을 너무 아프게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대통령은 정 전 의장에 대해 사실 각별한 애정과 기대를 갖고 있었다. 당신과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 마지막까지 함께해 줬던 그의 모습을 늘 고맙게 기억하고 있었다. 뭐든 도움을 주려 했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열린당이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을 때 대통령과 정 전 의장의 중요한 회동이 있었다. 정 전 의장이 나에게 부탁해 이뤄진 자리였다”며 “당시 정 전 의장쪽 의원들이 선도탈당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대통령을 만나자고 했으면, 뭔가 파국을 피할 방안을 갖고 와 대통령에게 이해도 구하고 협조도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게 아니어도 두 분 사이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상황에 대한 이해를 같이 하는 내용의 대화가 이뤄질 줄 알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그게 아니었다. 대통령이 탈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계속 ‘당적 문제는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면서 “그 말을 탈당을 하겠다는 말이었고, 결국은 탈당을 통보하기 위해 만난 모양새가 돼 버렸다. 그것으로 두 분의 대화는 막혀버렸고, 만남은 유쾌하지 않게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열린당이 깨질 위기 때문에 속상해 하고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에게 탈당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도대체 왜 만나자고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게다가 끝난 후 회동을 비밀에 부치기로 했는데, 무슨 연유였는지 그가 언론에 회동사실을 밝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지원을 건의했다는 일부 대화내용까지 털어놓았다. 그것으로 두 분의 만남은 뒤끝까지 좋지 않게 끝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날 대통령은 그로부터 ‘절대 탈당하지 않는다. 열린당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말을 꼭 듣고자 한 건 아니었다. 창당 주역답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적어도 내가 앞장서서 당을 깨진 않겠다’ 또는 ‘내가 먼저 탈당하진 않겠다’는 정도로만 대답했어도 두 분의 대화는 계속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문 이사장은 이어 “나는 그날 그의 대답을 듣고, 곧 탈당할 줄 알았는데, 그가 실제로 탈당한 것은 그로부터 두 달 가량 지난 후였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서둘러서 대통령과의 관계를 파탄시켰는지 모를 일이었다”면서 “우리 진영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계기가 그렇게 안타깝게 흘러갔다. 그날 이후엔 그런 계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소회했다.
이와 함께 문 이사장은 “노 대통령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나 진배없었다. 그의 가치, 그의 정신의 좌절이 그 속에 담겨져 있었다. 그에게서 정치적 이상을 찾던 서민들의 꿈이 함께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결식을 어디에서 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나도 처음에 , 퇴임 후 봉하로 내려온 노 대통령의 정신이나 ´봉하에 작은 비석을 세워달라´는 유지를 생각하면, 대통령 고향인 진영에서 영결식과 노제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 대통령 서거가 비극적 상황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고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가족과 측근의 잘못에 대한 전직 대통령의 속죄로 보거나 우리의 후진적 정치문화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든, 보다 많은 국민들이 장례에 참여해 그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며 서울서 영결식을 거행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에 대해 "그 분이 혼자만의 고통스럽고 고독한 시간을 가지며 마지막 결심을 굳힐 때까지 나를 포함한 누구도 함께 있어드리지 못했다. 유서를 처음 본 충격이 어느 정도 가셨을 때 나를 못 견디게 했던 건, 이분이 ´유서를 언제부터 머리에 담고 계셨을까´라는 생각이었다"며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다듬을 수 있는 글이 아니므로, 대통령은 아무도 몰래 머리속에서 유서를 다듬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마지막 얼마동안 머리속에 유서를 담고 사셨으리라는 생각이 지금도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고 적었다.
또 영결식장에서 백원우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보복 사죄하라"고 고함친 것에 대한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영결식이 끝날 때 국민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결례가 됐다. 조문 오신 분한테 예의가 아니게 됐다´고 머리를 숙였다. 장의위원장인 한명숙 전 총리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함께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괜찮다. 이해한다. 개의치 마라´고 화답했다. 나중에 검찰은 끝내 백 의원을 장례식방해죄로 기소했으나, 무죄가 선고됐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책을 쓰기로 생각을 한 것은, 한 가지 이유에서다. 또 한 정권이 끝나간다. 국민들은 희망을 갈구하고 있다. 더 이상 절망의 시기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가 역사에 반면교사라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역사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증언을 남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데일리안 = 박정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