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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 한일전…욱일승천기 용납 없다!


입력 2011.08.10 08:54 수정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갈등 속 열리는 75번째 한일전 긴장감↑

무개념 욱일승천기 꺾을 세리머니 기대

양국의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펼쳐지는 75번째 한일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혈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될 만큼,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스포츠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라이벌 국가 간 맞대결은 단순한 스포츠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실제로 축구로 갈등이 촉발돼 전쟁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월드컵 예선전이 빌미가 된 ‘5일(100시간) 전쟁’이 한 예다.

한국 역시 영원한 숙적 일본을 상대할 때마다 ‘축구만큼은 반드시 이긴다’는 국민정서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진출권이 걸려 있는 첫 한일전 당시 이유형 대표팀 감독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일본에 지면 선수단 모두 대한해협에 몸을 던지겠다”는 사생결단 출사표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 감독의 의지는 선수들에게도 전달돼 일본 원정 1·2차전을 1승1무(5-1, 2-2)로 마무리 지으며 동아시아 최초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10일 오후 7시 30분 일본 훗카이도 삿포르 돔에서 75번째 한일전을 펼친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에 임하는 한일 양국의 분위기는 역대 어느 때보다 긴장감으로 팽배하다. 역사상 최악의 대지진 여파로 잔뜩 움츠러든 일본이 최근 극단적인 우경화 조짐을 보이면서 연일 한국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물론 문화산업에서도 노골적인 반한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자국 방위백서를 앞세우며 독도 관련 망언을 쏟아내고, 전 세계를 상대로 동해를 일본해로 인식시키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에 자극받은 태극전사들의 승부욕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 기성용과 구자철을 비롯한 신세대 주축 선수들은 “한일전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신세대 태극전사들이 일본인들 앞에서 속 시원한 독도 세리머니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초 한국과 일본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도 일본 관중이 가져온 욱일승천기에 자극받은 기성용이 원숭이 흉내(2차 대전 당시 서구인이 일본인을 조롱하는 행동)를 내기도 했다.

기성용의 예상치 못한 골 뒤풀이는 후폭풍이 거셌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스포츠에서 인종차별 행동은 있을 수 없다. 국가적인 창피”라는 등 혹독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일본의 도를 벗어난 응원문화를 감안할 때, 기성용의 행동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응원단에 등장한 욱일승천기는 더욱 구체적이고 악의적인 의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욱일승천기는 지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아시아 점령을 상징하는 것으로 괴상망측하게 변형한 일장기다. 일본은 아시아 각국을 침략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그 위에 욱일승천기를 꽂았다.

욱일승천기는 지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도 등장한 바 있다. 일본 관중이 한국의 심장 서울에서 대담하게 아시아 침략 상징 깃발을 펄럭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의외로 조용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항의 문서를 전달한 집단도 없었다.

만약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폴란드와 독일의 친선경기가 열렸는데, 독일 관중이 ´대형 나치 깃발´을 가져와 흔들었다면 어땠을까. 독일인들은 무사히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것조차 장담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독일에서 네오 나치 관련 모든 물품 소지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친선경기에서 있어선 안 될 ‘국가적 도발´에 침묵한 이들이 유독 기성용의 원숭이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가혹한 비판을 들이대자 당시 국내 축구팬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한일전에서도 욱일승천기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에서 열리는 경기인 데다, 울트라 닛폰(일본 대표팀 서포터)의 대표적인 응원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A매치는 물론, 국가대항전이 아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홈 원정 가릴 것 없이 일본 관중석에서 욱일승천기가 펄럭였다.

욱일승천기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경기 내내 문제의 깃발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기성용과 같은 돌발행동이 나올 수 있다.

지난 아시안컵처럼, 인종차별에 가까운 원숭이 흉내는 자제해야겠지만, 최근 일본의 모순을 센스 있게 지적하는 세리머니는 준비해두는 것도 괜찮다. 골을 넣은 뒤 역대 한일전적(74전 40승22무12패 ‘한국 절대우세’)을 새겨 넣은 셔츠를 보여주고, 일본의 ‘거품 피파랭킹(16위)’에 물음표를 던지는 행동도 애교 있다.

일부 일본 단체들은 소녀시대 등 한국 아이돌가수들이 일본 전역에서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자, 한류 관련 방송이 유독 많은 후지TV 안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후지TV 방송국 앞에서도 여지없이 욱일승천기를 흔들었다.

조광래호와 자케로니호의 75번째 맞대결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가열된 양상을 띨 것이 분명하다. 친선경기지만, 승부욕만큼은 월드컵 결승전 못지않다. 일본 원정에 나선 태극전사들에 대한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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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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