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귀환’ 박지성도 호나우두 밟을까
호나우두 등 유럽무대 전성기 뒤 국내리그 복귀 행보
자국 리그 브랜드 가치 상승 등 놀라운 현상들 많아
'축구황제' 호나우두(브라질)와 '감각파 골잡이' 로이 마카이(네덜란드)의 공통점은 현역 말년을 자국 리그에서 보냈다는 점이다. '버섯 왕자' 나카무라 슌스케(요코하마)와 FC서울 최용수 감독도 마찬가지다.
‘연어의 귀환’으로 비유되는 이들의 컴백은 자국 클럽의 대외적 인지도 상승에 큰 힘이 된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은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나카무라의 골 소식 등 근황을 알린다. 공식 스토어에선 셀틱 시절 등번호 25번이 새겨진 나카무라의 유니폼과 현재 몸담고 있는 요코하마 유니폼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판 필리포 인자기'로 불렸던 최용수를 그리워하는 제프 유나이티드 서포터도 많다. 일부는 'FC서울 시즌권'까지 끊어 주말마다 동해를 건너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는다.
로이 마카이를 사모하는 축구팬도 상당수다. 마카이가 몸담았던 스페인 데포르티보 라코루냐와 독일 바이에른 뮌헨 서포터가 바로 그들이다. 1999-00시즌 라리가 우승을 비롯해 2000-01 코파델레이, 2000·02년 수페르코파 석권에 공헌한 마카이를 짝사랑하는 데포르티보 서포터의 열정은 대단하다. 마카이는 데포르티보 시절(1999~2003) 133경기 79골이라는 경이적인 득점력을 과시하며 소속팀 전성기를 주도했다. 2003년 뮌헨으로 이적하자 데포르티보 서포터는 이때부터 ‘마카이 스토커’가 돼 독일과 지금의 네덜란드 페에노르트까지 쫓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페노메노(Fenomeno)' 호나우두의 현역 말년 행보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브라질 명문 SC코린티안스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호나우두의 활약상은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지구촌 축구팬들은 평균 3~4일 간격으로 터지는 호나우두 골 소식을 접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2월14일 브라질-루마니아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끝으로 공식 은퇴 선언한 호나우두는 지금 축구행정가를 꿈꾸고 있다. 브라질 축구협회도 유럽에서 브라질을 빛낸 그의 업적을 기려 차기 브라질축구협회(CBF) 회장 후보로 올려놨다.
이쯤되니, 한국축구 팬들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박지성(31)의 미래를 그려본다. 내년 6월 맨유와 계약이 만료되는 박지성의 다음 행선지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국내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축구화를 처음 신은 곳 수원에서 한두 시즌 정도 뛰며 ‘K리그 흥행’에 일조하길 바라고 있다.
여러 사유로 수원행이 부담스럽다면 K리그 신흥명문 FC서울서 1년 뛰는 것도 차선책 중 하나다. FC서울과 맨유는 돈독한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모양새가 좋다. 또 FC서울 프런트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서울시는 지난 2008-09시즌부터 연간 27억 원에 맨유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고, 2009년 한해만 약 307억 원의 광고노출 이익을 기록할 만큼 맨유 브랜드 덕을 톡톡히 봤다.
박지성이 서울서 뛴다면, 서울의 프리시즌 전지훈련지가 잉글랜드 북서부 랭커셔주가 될 수도 있다. 박지성의 인맥이 한국축구 발전에 일조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박지성을 통해 서울 유망주의 해외 진출을 타진할 수도 있다. 로이 마카이 행적을 쫓았던 데포르티보 서포터의 애절한 짝사랑처럼, 박지성을 기억하는 맨유 팬들 또한 박지성이 뿌린 향수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지 말란 법은 없다.
박지성의 K리그행은 그 자체만으로 큰 이슈다. K리그 용병들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평소 입버릇처럼 “박지성과 함께 뛰어 보고 싶다”는 FC서울 간판수비수 아디의 소망도 이루어진다. 또 박지성의 존재감은 K리그를 찾는 용병 선수들의 질적 향상을 불러올 수 있다. 박지성이 한국축구계에 몰고 올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향후 2~3년 후 박지성이 K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축구팬들로선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오래 전 박찬호의 귀환을 꿈꾸던 야구팬들이 꿈을 이룬 것을 보니 더욱 간절하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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