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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 노트받은 홍명보 감독…일본 무장해제?


입력 2012.08.11 00:58 수정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가봉·브라질 이어 일본전 분석자료 제공

‘사제의 정 화제’ 베어벡이 본 일본 약점은?

베어벡이 본 일본 전력은 의외로 허점이 많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홍명보 감독은 ‘라마단 후폭풍’에 좌절된 스승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한국은 11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각)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결정전에서 숙적 일본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한국과 일본의 A매치 통산전적은 40승22무13패로 한국의 절대우세. 그러나 올림픽 상대전적은 4승4무4패로 팽팽하다.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팀은 이번 경기가 양국 축구 역사에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기에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먼저 일본은 2008년 U-19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에 0-3 완패한 ‘쓰린 기억’을 떠올리며 설욕을 부르짖고 있다. 간판 공격수 나가이 겐스케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은 바로 4년 전 치욕을 잊지 않고 한국전에 사활을 걸었다.

홍명보 감독은 ‘일본통’ 이케다 세이고 수석코치를 비롯해 J리그 출신 김보경, 백성동, 김영권, 황석호 등과 머리를 맞대며 일본선수들의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며 한일전에 대비했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대표팀에 희소식이 날아왔다. 조별리그에서 일본과 한 조였던 모로코의 핌 베어벡 감독이 애제자 홍명보 감독에게 분석 자료를 넘긴 것. 이번 대회에서만 벌써 세 번째 도움이다. 베어백 감독은 조별예선에서 가봉 분석데이터를 넘겨준 데 이어 4강전 브라질, 3·4위전 일본까지 공들여 준비한 자료집을 선뜻 건넸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코치와 선수로 사제의 정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10여년간 친형제처럼 우정을 쌓아왔다. 특히, 베어벡은 2007 아시안컵 사령탑에 오르자 홍명보를 코치로 임명해 지도자의 길로 인도했다. 비록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 한국과의 인연은 끊어졌지만 제자와의 우정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베어벡이 지휘한 모로코는 실력 발휘도 못해보고 예선 탈락했다. 라마단 기간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이슬람교에서 가브리엘 천사가 무하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로, 이 기간에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하고 날마다 다섯 차례 기도를 해야 한다.

모로코 선수들은 금식 수준은 아니더라도 식사량 줄이기에는 동참했다. 신성한 종교의식을 스포츠 때문에 지킬 수 없다는 건 교리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랐다. 그러나 후유증은 곧 결과로 이어졌다. 모로코의 한 선수는 일본전이 끝난 직후 “후반 70분쯤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다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실토했다.

베어벡이 본 일본 전력은 의외로 허점이 많다. 멕시코전에서 일본은 사실상 전반 45분만 뛰었다. 후반은 선발 전원의 활동량이 현저히 떨어졌다. 오히려 8강전 연장혈투까지 치르고 올라온 멕시코가 더 잘 뛰었다.

조별리그부터 공격-허리-수비 간격을 최대한 좁히며 ‘자칭 효율축구’를 구사한 일본은 축구장 면적이 넓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는 ‘비효율축구’를 구사했다. 좁게 선 대형 배후 빈 공간을 파고드는 멕시코 공격진 움직임에 속수무책 당한 것. 일본은 수없이 공간을 찾아내는 멕시코 선수들을 쫓아다니느라 이른 시간에 체력이 고갈됐다.

앞선 일본의 8강 상대팀 이집트는 중앙공격 개인전술을 고집하는 팀이라 일본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공수간격을 좁히고 서있기만 해도 뭉쳐있는 일본 허리-수비진 사이로 이집트 선수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멕시코는 달랐다. 런던올림픽 개막직전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1-2패)이 보약이 됐다, 이 경기에서 멕시코는 일본 전술의 장단점을 파악했고, 4강전에서 다시 만나 평균 축구장 규격보다 넓은 웸블리 스타디움의 이점을 적극 활용했다.

홍명보 감독도 여기서 답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전이 열리는 카디프시티 밀레니엄스타디움 또한 ‘웨일즈의 웸블리 경기장’으로 불릴 만큼 축구장 면적이 넓다. 기성용이 상하좌우로 스케일 큰 전환패스를 자주 시도하고, 공간을 선점한 남태희, 김보경 등이 과감한 1대1 돌파를 시도한다면 공수간격을 좁힌 일본 거미줄은 끊어질 확률이 높다.

홍명보호가 영국 단일팀을 상대로 보여 준 빠른 패스와 땅따먹기 전술을 재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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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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