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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박경완' 이대로 떠날 수 없잖아요


입력 2012.11.10 07:40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설 자리 잃어 은퇴-이적 기로 놓여

이만수 "박경완과 함께 하고 싶다"

박경완(40·SK 와이번스)은 포수라는 포지션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를 일깨워준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올해로 프로 22년차 시즌을 보낸 만큼 그가 보유한 기록도 무수하다. 역대 포수 최다 홈런(313개), 국내 최초 4연타석 홈런(2000년 9월),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홈런(40개, 2000년), 포수 최초 20-20클럽 가입(24홈런-21도루, 2001년) 등이 박경완에 의해 작성된 대기록들이다.

지난 2010년 박경완은 SK의 우승을 이끌며 김성근 전 감독으로부터 “전력의 절반”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당시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는 포수라는 포지션에 대해 재평가를 내릴 정도였다. 불과 2년 전의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박경완은 현역 생활 유지 자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의 영광에는 언제나 박경완이 안방을 지키고 있었다.

프로야구 최초 완성형 포수의 탄생

1991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쌍방울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박경완을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프로 2년 차까지 박경완의 역할은 경기 후반 ‘땜질용’ 포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1993시즌 조범현 전 KIA 감독이 배터리 코치로 부임하며 박경완의 인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조 감독은 박경완에 대해 “무쇠팔에 홀딱 반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1년여에 걸친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미트질과 풋워크 등 기본적인 자세는 물론 포수가 갖춰야할 모든 것을 배워나갔다. 훈련이 끝난 밤에는 조 감독과 볼 배합에 대한 연구도 해야 했다. 체중은 10kg 이상이 빠졌고, 코피를 쏟는 일도 허다했다.

1994시즌, 몰라보게 달라진 박경완은 쌍방울의 주전 포수 자리를 찜했다. 그해 도루 저지율(0.433) 1위는 물론, 타격에서도 자신감이 붙어 풀타임 첫해에 두 자리 수 홈런(14개)을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1996년 김성근 감독이 쌍방울 지휘봉을 잡으며 박경완은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된다. 이전까지 투수와의 호흡에만 집중했다면, 김 감독 부임 이후에는 팀을 승리로 이끄는 법을 체득해나갔다. 박경완의 안정적인 리드 덕분에 쌍방울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현금트레이드로 ‘투수왕국’ 현대 유니폼을 입은 박경완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였다. 이적 첫 해 우승의 감격을 맛봤고, 정민태-임선동-김수경-정명원 등 당대 최고 투수들과도 좋은 호흡을 보였다. 현대 왕조의 절정기였던 2000년에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포수 40홈런을 기록하며 1983년 삼성 이만수 이후 17년 만에 포수 MVP에 등극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공수를 겸비한 완성형 포수의 등장을 반겼다.

역대 포수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자들.

또 다른 왕조 SK로의 이적

지난 2003년 SK는 2대 사령탑으로 조범현 감독을 낙점했다. 조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FA로 풀린 박경완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고, 구단 측 역시 역대 포수 최고액인 4년간 23억원의 대형계약을 성사시켰다.

조범현 감독은 재임 기간 SK의 내실을 잘 다져놓았다. 유망주들은 매년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에 오르기도 했다. 박경완 역시 2004년 홈런왕(34개)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내달렸다. 2007시즌을 앞두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박경완은 2년간 10억원의 만족스러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겨우내 매일 같이 이어진 혹독한 훈련. 주전이자 베테랑이었던 박경완도 예외는 없었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의 강훈련을 소화한 SK는 전혀 다른 팀이 돼있었다. 여기에 김성근 감독은 치밀한 데이터 야구를 덧입혔고, 야전사령관 박경완이 그라운드에서 완성시켰다. SK는 2007년과 2008년, 그리고 2010년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의 기치를 내걸었다.

공교롭게도 SK가 V3을 일굴 때마다 투수의 마지막 공을 받았던 이는 박경완이었다. 반면, 박경완이 부상으로 가을 잔치를 치르지 못한 2009년과 2011년, 2012년, SK는 준우승에 그쳤다. SK에서 박경완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올 시즌 박경완은 10년간 몸담았던 SK서 완전히 자리를 잃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내년 시즌도 박경완이 SK의 포수마스크 쓸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는 점이다. 말 많았던 조인성의 FA 영입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고, 정상호는 백업 포수가 아닌 주전급으로 훌쩍 성장해버렸다.

박경완은 현역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과감히 FA 신청을 포기했다. FA를 선언해 이적을 모색한다 하더라도 10억원 이상의 보상금액을 지불할 팀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SK와의 재계약, 트레이드, 방출 후 이적, 그리고 은퇴만이 남았다. SK가 입게 될 손해까지 감안하면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일단 이만수 감독은 박경완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 감독은 “박경완 같이 좋은 포수를 왜 다른 팀에 주나.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면 SK에서 하는 게 맞다. 몸 상태만 좋다면 SK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라고 말하면서도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 등과 경쟁을 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만수 감독은 지금의 박경완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이 감독 역시 현역시절, 선수 생활을 좀 더 오래하고 싶었지만 구단 측이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아 반강제적으로 유니폼을 벗은 바 있다. 올 시즌 SK에 최영필과 이호준, 박진만 등 나이로 인해 출전 기회나 설 자리를 잃었던 베테랑들이 유독 많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감독은 시즌 초 조인성 영입 당시 주전 경쟁을 주문하면서도 부상만 털고 일어난다면 박경완이 마스크를 쓰게 될 것이라고 누차 언급하기도 했다. SK 구단 역시 박경완과의 면담 후 좋은 결론을 내기 위해 애 쓰는 중이다. 기로에 놓인 박경완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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